영국 출신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태설을 놓고 받아쓰기에 열중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젓이 카메라 앞에 등장한 현송월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의 사례를 기억하라는 충고다.
한국살이 9년 차 기자인 라시드는 2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뉴욕포스트의 지난해 6월 8일자 관련 기사와 함께 “기억하라. 처형된 줄 알았던 북한의 팝 디바(현송월 부부장)가 돌아온 것을”이라고 적었다.
해당 기사는 현 부부장이 총살됐다고 한 2013년 8월 29일자 조선일보 보도로 결국 거짓으로 판명됐다. 당시 조선일보는 ‘소식통’의 말을 빌려 현 부부장의 처형을 기정사실로 보도했다가 결국 정정 보도까지 했다.
라시드는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조선일보 보도를 국내 언론이 일제히 받아써 현 부부장의 죽음이 기정사실로 된 것처럼 김정은 중태설도 오보일 수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실제 이날 오전 CNN이 ‘미국 관리’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심혈관계 수술 뒤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국내외 언론이 이를 받아쓰고 중태설은 사실처럼 일파만파로 번졌다.
라시드는 이어 올린 글에서 CNN과 연합뉴스의 기사를 비교하며 한국 언론의 보도행태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과 이를 입증하는 미국 관료의 발언, 해당 관료가 누구인지 등 3가지가 모두 알려지지 않았는데 CNN 기사를 출처로 활용해 사실인 것 마냥 보도하는 국내 언론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다.
라시드는 2011년부터 국내에 거주하며 한국학을 전공한 프리랜서 기자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처참하다”고 평가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