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디·배’ 전문가들 “코로나19는 ‘좋은 위기’”

입력 2020-04-21 16:09 수정 2020-04-21 16:11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업종 전문가들이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산업지형이 비대면·신기술 중심으로 변화하고, 관련 업종 위주의 경기반등이 기대되는 만큼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1일 반도체·디스플레이·전자정보통신·배터리 등 4개 협회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6일 자동차·철강산업에 이은 두 번째 업종별 대책회의로 열렸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좋은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는 명언처럼 코로나 이후 새로운 산업질서 재편과 신기술 채택 등 기회에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조기 종식될 경우 하반기부터 억눌렸던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남기만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로 ‘언택트 시대’가 펼쳐지면서 반도체 산업은 타격이 덜한 편”이라며 “반도체 신·증설투자 활성화를 통한 조기 경제회복을 위해 각종 규제 완화와 과감한 정부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도체 시장의 경우 과거에도 전염병 이후 강한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2003년 사스(SARS)·2015년 메르스(MERS) 발생 당시 2개 분기에 악영향을 미친 이후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위원은 “미국, 유럽에서의 코로나19 확산이 2분기 내 완화된다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 IT기기의 억눌린(Pent-up) 수요가 폭발할 경우 경기 회복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한국이 기술 우위를 가진 OLED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서광현 상근부회장은 “LCD시장에서 중국에 이미 추월당한 상황에서 한국이 기술우위를 가진 OLED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해야 한다”며 “신성장 R&D세액공제 대상 확대 등 혁신기술 개발을 과감하게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배터리・가전분야의 키움증권 김지산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에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핵심부품인 2차전지 시장도 전망이 밝다”며 “경쟁관계인 중국기업과 격차를 벌릴 수 있도록 핵심소재·장비의 국산화, 차세대 전지기술력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21일 열린 '코로나19 대응 산업계 대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한편 업계는 코로나19로 중국·베트남 등 각국 출입국이 제한되고 있는 만큼 기업인 비자발급·특별입국 허용에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실제로 해외에 생산라인을 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업체들은 해외생산 필수인원을 제때 투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진홍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각국 정부의 업무가 중단되면서 제품에 대한 규격 시험·인증 취득이 불가능해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업무가 정상화될 때까지 규제대상 제품에 대한 시험·인증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등 국제공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