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화산업에 170억원을 지원하고,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90% 감면한다는 내용의 긴급 지원책을 21일 발표했다. CGV·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와 20여개 한국영화산업 주체가 모인 코로나19대책영화인연대회의(영화인연대)가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며 실질적 대책을 요구한 지 약 20일 만이다. 영화계는 이번 대책을 환영하면서도, ‘땜질 처방’일 뿐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올해에 한해 영화관에 지우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을 90% 감면한다는 정부 대책은 부과금 전액을 면제해 달라는 영화업계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영화관은 입장권 가격의 3%를 부과금 명목으로 영화진흥위원회에 내왔지만, 시행령을 개정해 올해 2~12월 사이 발생한 부과금에 대해선 0.3%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해당 부과금도 체납 가산금을 면제해 납부를 올해 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제작·개봉이 연기된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작품당 최대 1억원씩 42억원을 지원하고, 단기 실업 상태의 영화인 700여명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훈련비를 지급하는 데 8억원을 투입한다. 코로나19 여파 진정 후 시민들에게 영화 관람 할인권 130만장을 제공하는 것까지 포함해 총 170억원 규모로, 영화발전기금 용도를 변경해 마련한다.
이번 지원책은 정부가 지난 1일 제3차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영화산업 지원 대책을 구체화한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극장 관객 수는 18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4만명(87.5%) 줄었다. 고사 위기에 처한 영화계의 비판이 일자 정부는 지난 1일 이번 대책의 초안 격인 지원책을 내놨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없어 영화인연대로부터 “고무적이지만, 대책이 여전히 뜬구름”이라는 아쉬움을 샀다.
영화발전기금 감면안과 구체적인 예산 집행 계획이 나옴에 따라 벼랑 끝에 몰렸던 업계의 숨통은 다소 트일 전망이다. 하지만 임시변통일 뿐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영화산업을 되살릴 마중물이 되기엔 예산이 턱없이 적어서다. 영화인연대 측은 “영화발전기금에서 쓰기로 한 170억은 국회 동의 없이 기획재정부(기재부) 차원에서 신속하게 승인할 수 있는 최대치였기에, 정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는 맞다”면서도 “급한 불을 끈 것일 뿐, 170억은 영화계 전체로 보면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은 금액”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회의 3차 추경이 신속하게 이뤄지고, 영화업계에 대한 예산이 많이 확보돼야 실질적 대책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은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것으로, 정책 마련 속도에 대한 아쉬움도 상당하다. 무엇보다 영화 관련업에 대한 특별지원업종 지정과 금융지원 허들을 낮추는 것에 대한 구상이 빠졌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이자 감면이나 융자 상환 유예 등 다양한 금융지원책으로 숨통을 틔워야 한다는 게 영화계의 일관된 요구였다. 영화인연대 관계자는 “특별지원업종에 영화업계를 포함하는 것은 고용노동부가 나서야 하는 문제다. 문체부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미온적”이라고 토로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