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심혈관 수술을 받은 후 심각한 위험에 빠진 상태라는 미국 CNN의 보도가 나온 가운데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 주목했다.
김 위원장에게 가장 신임받고 있으며, 프로파간다를 이어갈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후계자이자 분신이라는 평가다.
김여정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모습을 드러낸 후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떨쳤다. 이후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한국에 방문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정치국 회의에서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르면서 2인자의 자리에 올라 오빠인 김정은의 신뢰를 독차지했다.
가디언은 김여정에 대해 “북한 정권의 심장부에 있는 인물”이라며 “스위스 베른에서 학교를 다니던 1989년 9월부터 2000년 가을까지 김정은과 한집에서 살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을 인용해 “두 사람은 모두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생각하며, 사실상 함께 망명 중이었다”며 “공동운명체라는 엄청난 의식이 생겼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오빠의 조건 없는 신뢰를 갖게 된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여정은 지난달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남 담화를 내고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며 “겁을 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내용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으나 ‘김정은의 메신저’인 김여정의 이름으로 나온 첫 담화를 통해 자신이 북한 내에서 공고한 지위를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 전문가이며 캐나다 시드니 국제경영대학 레오니트 페트로프 교수는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숙청 과정이나 군사 작전에 밀접한 영향력은 없지만 이에 대해 모두 알고 있으며, 김 위원장의 국내외 활동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신뢰받는 정치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여정이 1인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화여대 국제학부의 리프-에릭 이즐리 교수는 “북한에게 정권은 가업(家業)이다”면서도 “김 위원장에게 아무리 신뢰받더라도 김여정이 북한 정상의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정치 체제를 보다 매끄럽게 만들고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가 정책결정자 자리로 가진 못할 것이다”며 “북한은 연공서열과 남성 우월주의가 있는 유교 국가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이 신뢰하는 동맹이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고 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