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걸려 완치됐더라도 항체를 보유하게 되는 인구가 전체의 2~3%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집단면역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진 지역에서도 항체를 가진 인구 비율이 예상보다 저조하게 나타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대대적으로 창궐한 지역에서 항체를 가진 인구 비율이 예상보다 저조해 ‘집단면역’(herd immunity) 형성 단계에 근접했으리라는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는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0일 제네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초기 연구 결과는 아마도 전체 인구 중 감염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 같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2~3%를 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각국에서 코로나19의 무증상 감염 비율이 높다는 보고가 줄을 잇자 전문가들은 공식 보고된 확진자보다 훨씬 많은 무증상 감염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을 제시했다. 지역사회에서 코로나19에 면역력을 가진 인구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아 스웨덴을 포함한 일부 지역은 이미 집단면역 형성 단계에 가까울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었다.
집단면역이란 특정 집단 내에서 면역을 가지게 된 개체 수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해, 더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상태다. 면역을 가지지 않은 인구에게까지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역학자들은 인구의 60%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는 예상치를 제시했었다.
이와 관련,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은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카운티를 대상으로 항체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를 할 당시 이 지역 확진자는 1094명이었다. 이달 초 감염자는 4만8000∼8만1000명으로 추산됐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 전체 인구 중 3%도 되지 않는 사람에게만 항체가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네덜란드에서 7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혈청 항체검사에서도 3%만 코로나19 항체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WHO 전문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보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한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항체검사에서 양성을 보인 인구 비율은 대체로 한 자릿수였다. 최대치는 14%였다.
미국 감염병 전문가로 WHO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마리아 밴 커코브 박사는 “우리 기대보다 항체를 가진 인구가 적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항체검사에서 집단면역 신호를 포착하고 이동·경제활동 제한령을 조기 해제하려던 여러 나라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가디언은 해석했다.
이어 커코브 박사는 항체검사가 시행 초기단계며, 표본 선정이나 진단시약의 질 등 조사설계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상자 선정이나 시약 민감도 등에 따라 항체 양성자 비율 수치는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도 집단면역 형성 단계와는 거리가 멀다. 커코브 박사는 항체검사 양성이 곧 코로나19 면역력을 의미하는지는 100% 확실치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러 나라가 신속 항체검사를 면역력을 측정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며 “(하지만) 현재 혈청 검사가 개인의 코로나19 면역력이나 재감염 여부를 나타낼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