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원청업체에서 사고 발생했어도 협력업체 책임져야”

입력 2020-04-21 10:57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원청업체 공장에서 작업 중 질소에 질식돼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원청업체 뿐 아니라 협력업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LG디스플레이 협력업체 A사와 A사 팀장, A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B사와 이 회사 대표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장비유지보수 협력업체인 A사와 B사 소속 근로자 3명은 2015년 1월 12일 공장에서 작업을 하다 질소 질식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당시 LG디스플레이 관계자와 협력업체 관련자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 및 업무상과실치상, 산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LG디스플레이 측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협력업체와 관계자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협력업체들은 자신들의 직원을 위 작업장에 보내 일을 하게 하는 업체에 불과하고, 산업안전보건법상 조치를 취해야할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산안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전체적인 진행과정을 총괄하고 작업환경과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보건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사업주가 그 작업장을 관리통제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