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27일 딸의 바이러스, 엄마보다 100배 많았다”

입력 2020-04-21 06:43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생후 27일 만에 엄마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된 ‘최연소 확진자’의 바이러스 배출량이 엄마보다 최대 100배 많았다는 국내 보고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소아청소년과 한미선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8일 엄마와 함께 코로나19에 확진돼 입원 치료를 받은 신생아의 바이러스 배출량 등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은 임상적 특징이 관찰됐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면역체계가 미성숙한 신생아가 코로나19 감염에 더 취약하다는 걸 보여준다. 신생아를 포함한 영유아 확진자 치료에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는 게 의료진 판단이다.

이 신생아는 입원 당시만 해도 37.6도 정도의 가벼운 발열과 코막힘 증세만 있었다. 그러나 하루 뒤 체온이 38.4도까지 급상승하고 이틀 연속 고열에 시달렸다. 이후 간헐적인 구토와 기침 증상을 동반했다. 다행히 호흡곤란 등 중증 증세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연속적인 흉부 X-선 검사에서도 양호한 상태를 보였다.

의료진은 항균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투약하지 않고 체중 증가를 위한 모유 수유를 지속하며 모니터링을 이어나갔다. 신생아는 차츰 호전돼 지난달 23일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고 3일 뒤 완치된 엄마와 함께 퇴원했다. 회복 과정만을 봤을 때 이 신생아는 별도의 약물치료 없이 모유 수유만으로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된 셈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같은 회복세와 달리 신생아의 증상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검출된 코로나바이러스 수치다. 호흡기와 대변 등에서 이를 채취한 결과 엄마보다 최대 100배나 많은 바이러스가 나왔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감염 초기만 해도 신생아의 호흡기에서는 바이러스가 매우 높은 수치로 검출되다가 점차 감소했지만 대변에서는 바이러스양이 증상 발생 18일째까지도 높게 유지됐다”며 “특히 감염 후 10일째의 호흡기 검체와 대변 바이러스 수치만 비교하면 엄마보다 약 100배나 높은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인인 엄마의 경우 혈액이나 소변 표본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신생아는 혈액, 소변, 대변, 타액 등을 포함한 모든 표본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 이는 신생아가 성인보다 체내 바이러스 유입에 따른 전이 위험이 크다는 의미일 수 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