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사상 첫 마이너스…코로나로 수요없고 저장시설 가득차

입력 2020-04-21 06:03 수정 2020-04-21 06:58
5월 인도분 원유(WTI), 마이너스 37.63달러
CNN “원유 넘기기 위해 돈 줄 수도”
선물만기도 영향…투자자들, 6월물로 갈아타
일시적 현상이라 소비자들에겐 영향 없을 듯
가격 왜곡 시정되면 20달러 선 복귀 전망도

미국 텍사스주 미드랜드의 한 원유생산 시설. AP뉴시스

국제 유가가 역사상 첫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마이너스 37.6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금요일이었던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305%)가 폭락한 것이다. 이는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가 원유를 거래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CNN방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석유 수요가 크게 줄어든 데다 원유를 저장할 시설이 고갈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NN은 한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원유 저장 시설은 흘러넘칠 위기에 빠져 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원유업체는 원유를 넘기기 위해 돈을 주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NN은 또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선물 투자자들은 5월 물량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 물량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했다. 일제히 5월 물량을 팔아치우고 6월 물량을 사들이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왜곡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개업체 오안다의 제프리 할리는 CNN에 “미국에서 단기적으로 석유를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6월 물량은 활발하게 거래됐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원유시장의 정확한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25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21일부터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6월물 WTI는 4.09달러 내린 20.94달러에 거래됐다.

마이너스권의 유가가 하루 사이 20달러 선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국제유가 폭락은 미국의 대공황 시기(1931년)나 남북전쟁 초기(1862년) 때도 없었던 일”이라면서도 “이번 유가폭락이 워낙 일시적인 현상이라 에너지 산업이나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