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6만5000명을 돌파한 가운데 미·중 양국이 지루한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러스 발원지를 놓고 시작된 양국 갈등은 가해자·피해자 설전으로 번졌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은 피해자이지 가해자가 아니다. 바이러스의 공모자는 더욱 아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서 코로나19를 막을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 고의적인 책임이 있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압박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겅 대변인은 “2009년 신종플루(H1N1)가 미국에서 대규모로 폭발해 214개 국가에서 20만명이 사망했을 때 미국에 배상을 요구한 나라가 있었느냐”며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에 책임을 지라는 요구가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반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적은 중국이 아닌 바이러스다.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을 중단하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바이러스 발원지는 과학의 문제로 과학자들이 연구할 일이지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일축했다.
중국은 이미 18일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의 입을 빌려 “최근 미국의 일부 인사가 바이러스 출처와 관련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와 연관 관계를 암시하며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사실 싸움은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이 먼저 걸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트위터에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로 칭하며 발원지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나치게 중국 편향적이라며 자금 지원줄마저 끊어버렸다. 최근에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중국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중국에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중국은 바이러스 확산 초기 관련 사실을 은폐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에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코로나19의 책임을 묻는 6조 달러(약 7300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되는 등 집단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양국이 ‘뒤끝 공방’을 벌이는 사이 코로나19는 지구촌에 폭발적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40만6745명이다. 이 가운데 16만5338명이 희생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