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명동 환전업자 찾아가라” 김봉현, 25억 세탁해 도피

입력 2020-04-20 18:28 수정 2020-04-20 18:33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모씨와 성모씨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들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주범인 이종필 전 부사장이 도피할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라임 사태의 ‘배후 전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달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의 운전기사를 통해 25억원가량의 달러와 원화를 넘겨받아 도피 중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은 이 운전기사에게 30억원가량의 수표를 건네 서울 명동의 환전업자를 찾아가게 했고, 이후 각각 약 12억원의 달러·원화로 세탁해 돌려받았다. 다만 이 운전기사도 김 전 회장이 지시하는 이들만을 만났을 뿐, 김 전 회장을 직접 대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이 전 부사장의 운전기사였던 한모(구속 기소)씨가 지난달 12일 김 전 회장 측으로부터 30억원가량의 수표를 건네받아 명동에서 달러와 원화로 환전, 다시 김 전 회장 측에 돌려준 것으로 확인했다. 한씨는 당시 서울 송파구 잠실운동장 인근에서 김 전 회장 측 인사를 만나 수표와 함께 휴대전화 유심칩을 건네받았고, 이 유심칩을 통해 한 환전업자와 통화했다. 한씨는 통화 후 서울 명동으로 가 이 업자를 만났고, 25억원어치 수표를 건네 환전했다.

한씨가 환전한 25억원은 결국 김 전 회장 측에게 흘러갔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다만 한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을 대면한 사실은 없고, 그를 수행하는 다른 이들의 연락을 받아 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모든 지시는 ‘왓츠앱’으로 이뤄졌다. 애초 이 전 부사장의 운전기사였던 한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김 전 회장을 돕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라임 사태가 불거지면서 잠적했는데, 이때 “한두 달 출장을 다녀오겠다” “김 전 회장을 수행하라”고 한씨에게 지시했다.

검찰은 한씨를 범인도피 혐의로 체포해 구속 기소한 상태다. 한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25억원을 환전했던 날을 김 전 회장과의 마지막 연락일로 진술했다. 한씨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왓츠앱을 통해 여러 지시를 받았는데, “이 전 부사장 가족을 강원도의 한 리조트에 데려다 주라”는 연락도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거액을 현금과 달러로 가진 김 전 회장이 해외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 투자와 얽힌 많은 기업들의 경영에 개입했고, 여러 횡령 사태에도 얽혀 수배 중이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