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세계 영토 넓혀가는 식품업계

입력 2020-04-21 10:0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식품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선전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이 크게 줄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간편식(HMR), 라면, 즉석밥, 과자 등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식품업계 매출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리온의 경우 지난달 한국법인 매출이 전월 대비 5.9%,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했다. 중국법인은 1~2월 실적이 다소 떨어졌다가 3월에는 전월 동기 대비 132.0%, 전년 동기 대비 67.3%나 급증했다.

농심은 짜파게티, 너구리 등 인기 제품이 주요 유통채널에서 품절 현상을 빚으며 가동률을 기존 대비 30% 늘렸다. 거의 24시간 내내 라면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최대한으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며 “가동률을 늘린 만큼 판매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식품 매출이 증가한 것은 사재기 현상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재택근무, 재택수업 등으로 집콕이 늘면서 가공식품 자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건강 먹거리, 밀키트 매출의 증가가 이를 뒷받침 해준다.

풀무원에 따르면 ‘얇은피꽉찬속만두’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2배 성장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연기된 이후 온라인 판매가 급증했다. 1차 개학 연기 발표일(2월 23일) 다음날에는 풀무원 냉동만두 매출이 전일 대비 770%, 냉동핫도그는 1570%나 급증했다. 매출 그래프의 변동이 거의 없는 두부의 경우도 2월에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다.

CJ제일제당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고메 크리스피 핫도그, 고메 치킨, 고메 바싹튀겨낸 돈카츠, 고메 사이드바이츠치즈볼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메 프라잉 스낵류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1.5배 증가했다.

CJ제일제당은 밀키트 브랜드 ‘쿡킷’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2월 매출은 전월 대비 1.5배, 3월 매출은 전월 대비 2배 성장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좀 더 간편한 HMR 제품이 더 인기였다”면서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선택지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고, 외식의 기분을 낼 수 있는 밀키트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소비자가 농심 공식 인스타그램에 "짜파게티 제품을 출시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농심 제공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국내에서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해외에서도 국내 식품기업의 입지가 넓어지고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유명세를 탄 농심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조합)는 정식 제품으로 출시한다. 농심은 21일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짜파구리 용기면을 출시하기로 했다.

농심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이 짜파구리 제품 출시를 요청해 왔다”며 “봉지라면 조리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과 용기면을 선호하는 국내 젊은층의 의견을 받아들여 용기면부터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농심은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등을 앞세워 해외사업에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6억4500만달러에서 2018년 7억4000만달러, 지난해 8억달러로 꾸준히 10% 안팎의 성장을 해 왔다. 농심은 올해 해외 매출 목표액을 전년 대비 약 17% 증가한 9억5000만달러로 삼고 있다.

미국 인기 셰프 조지 듀란이 한 지역방송국에 출연해 비비고 만두를 소개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CJ제일제당 ‘비비고’는 인기 인플루언서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미국의 인기 셰프인 조지 듀란은 지난달 말 지역 방송국 등에 출연해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부활절 특별메뉴’로 비비고 만두를 추천했다. 그는 특히 ‘비비고 만두’를 추천하며 “품질 좋은 고기와 씹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야채가 자신이 비비고 만두를 좋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45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제레미 제이코보위츠는 비비고만두, 닭강정, 잡채, 비빔김밥 등을 시식하는 유튜브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수한 제품을 앞세워 만두, 고추장 등 음식에 대한 한국 고유 명사를 비롯한 식문화를 널리 알리고 K-푸드의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