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트럼프…봉쇄해제 반대 여론에 지지율도 추락

입력 2020-04-20 17:52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의 브리핑 도중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연방 정부를 칭찬하는 동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속 경제 재가동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州)정부 반발에 이어 지지율 하락이라는 이중고에 처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성 없는 대응에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그간 누적됐던 국민들의 불만이 지지율과 신뢰도 동시 추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가 큰 지역의 주지사들은 주말인 19일(현지시간) 잇따라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재가동 추진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런 비판은 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과 야당인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나왔다.

공화당의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 주지사는 N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것”이라며 “그것은 경제를 여는 일이지만 이는 많은 사람이 죽지 않도록 매우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CNN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마치 주지사들이 연방정부의 정책과 권고를 무시해야 하는 것처럼 완전히 상충하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미네소타, 미시간, 버지니아 등에서 벌어진 봉쇄 거부 시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언급한 것이다. 미국에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당국의 봉쇄 조치를 풀라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랄프 노담 버지니아 주지사도 “우리는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싸워왔다”며 “믿거나 말거나 우리에게는 충분한 면봉조차 없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코로나19 피해가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 정상화 계획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도 ‘충분한 진단검사’를 전제로 경제활동의 부분적 재개가 가능하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여론은 부정적이다. CNN이 이날 공개한 갤럽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달 중순 49%에서 이달 중순 43%로 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5%에서 54%로 늘었다. CNN은 국가 위기 때 일단 지도자와 정부를 지지하고 따르는 ‘결집 효과’(flag effect)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지만 불과 몇 주만에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갤럽 조사는 지난 1~14일 미 전여 성인 101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또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 13~15일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36%에 그쳤다. 자신이 속한 주지사를 신뢰한다고 한 응답(66%)의 절반 수준이다. 응답자 900명 중 58%는 코로나19 억제 조치를 너무 빨리 완화하는 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경제 정상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 “매우 많은 훌륭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우리는 나라를 다시 열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것은 아름다운 퍼즐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방정부의 지원 부족을 비판하는 주지사들을 향해 “경제 정상화에 관한 완전한 통제권을 희망하더니 이제는 연방정부가 검사를 하길 원한다. 검사는 지방정부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76만명, 사망자는 4만명을 넘어섰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