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30대 워킹맘 A씨는 20일 초등학교 3학년 딸의 온라인 개학에 맞춰 하루 연차를 냈다. 혹시 제 시간에 접속을 못해 출석 인정을 못 받을까 걱정된 A씨는 오전 8시부터 미리 태블릿PC를 켜고, 딸과 함께 EBS 온라인클래스에 접속하는 ‘예행 연습’을 했다. A씨는 “옆에서 기기 사용법부터 과제 제출법 등을 일일이 알려줘야 했다”며 “아이 수업이 아니라 부모 수업이었다”고 토로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들까지 이날 온라인 개학 대열에 동참하면서 전국 540만명의 초·중·고교생이 모두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은 부모 도움 없이는 수업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해 육아에 가정교사 역할까지 떠맡은 학부모의 하소연이 쏟아졌다.
경기도 김포에 사는 30대 주부 박모씨는 지난 17일 아이의 학교에서 배부한 초등 1학년용 ‘주간학습계획’을 보고 숨이 턱 막혔다. 박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시간표가 꽉 채워져 있는데, 엄마로서 잘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잠을 설쳤다”며 “막상 아이는 개학이 뭔지도 모르는데, 엄마 혼자 개학한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에서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는 40대 주부 이모씨도 “첫날 시간표를 보니 1교시와 2교시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과제수업이었다”며 “일부 선택과목은 점심시간이랑 겹쳐 있어서 난감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은 조심스러워 유치원생인 둘째를 집에 데리고 있었는데, 자꾸 큰아이에게 말을 걸어 곤란했다”고 덧붙였다.
연차를 내지 못한 일부 워킹맘은 직장에서 수시로 아이의 연락을 받아야 했다. 식품회사 영업직으로 근무하는 30대 김모씨는 지난주 목요일과 금요일 온라인 개학 연습을 했지만, 이날 딸은 하루종일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김씨는 영상통화로 딸에게 EBS 사이트 로그인 방법에서부터 출석 체크, 수업 듣는 방법 등을 하나하나 알려줘야 했다. 김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불안해 일단 시댁에 아이를 부탁드렸는데, 일하면서 동시에 아이 수업까지 챙기니 정말 힘들었다”고 전했다.
강원도 화천에 사는 30대 워킹맘 B씨도 친정 부모님께 부탁드린 아이의 온라인 수업 때문에 하루종일 노심초사했다. B씨는 “직장인인 내가 봐도 수업 방식이 복잡한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와 함께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리 아이처럼 태어나 처음 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학교나 수업이라는 개념조차 헷갈리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했다.
강보현 정우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