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개학 뒤의 ‘숨은 영웅들’

입력 2020-04-20 17:11
꽉 막힌 EBS에 해결책 내놓은 LG CNS
네이버도 e학습터 서비스 개선 주도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전면 실시됐다. 서버 접속 장애·끊김 현상 등으로 학생과 교사들의 불편은 여전하지만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데에는 숨 가쁘게 달려온 정보기술(IT) 업계의 지원이 있었다.

20일 IT업계에 따르면 LG CNS,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IT업체들은 공공 학습관리시스템(LMS)에서 장애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결정 이후 한 달 가까이 철야 작업을 이어가면서 최근 전국 초·중·고등학교 학생을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 규모 확장을 마무리했다.

지난 9일 중·고 3학년 대상으로 시작된 온라인 개학 당시 교육 플랫폼인 EBS 온라인 클래스와 e학습터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2차 온라인 개학일(16일)에도 동영상이 끊기거나 일부 서비스가 마비되는 등 간헐적 장애가 발생했다. 전면 개학을 앞두고 불안감을 키워오던 EBS 온라인클래스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e학습터는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차츰 안정을 되찾으면서 전국의 초·중·고등학생을 수용해나가고 있다.

현장에서는 전문가들로 꾸려진 TF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인프라 전문가, 네트워크 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 및 통신 정책 전문가 20여명이 이른 오전부터 한자리에 모인다. 짧은 시간이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서비스 개시 후 발견된 문제들의 원인도 신속하게 파악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논의와 해법 마련이 이루어지면서 데이터베이스(DB) 장비 확충, 서버 용량 증설 등도 2시간 만에 마무리되기도 했다.

현장기술상황실장으로 나선 김유열 EBS 부사장은 지난 1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온라인 개학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글에서 “졸속으로 시작한 것은 맞다. 며칠 전만 해도 과연 가능할까 절망하고 있었지만 정부와 IT업계의 헌신과 전문성으로 온라인 클래스에 혁신이 일어났다”고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온라인 개학 이후 발생한 장애들은 이미 예견됐다. EBS가 지난해부터 운영해온 클라우드 기반 교육플랫폼 ‘이솦’은 기존 수용량이 2000명에 불과했다. KERIS의 e학습터는 도서·산간지역 학생과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개발된 교수학습 지원 서비스였다. 애초에 규모가 작은 시스템을 단기간에 확대하려다 보니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했다. 1차 온라인 개학일을 불과 3일 남겨놓고 3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버가 구축됐다.

EBS 온라인클래스의 네트워크 과부하 및 로그인 지연 문제 해결에는 LG CNS의 공이 컸다. 지난 13일 TF에 급파된 10여명의 소속 아키텍처(시스템 구성) 전문가들이 장애 이유를 밝혀내고 해법을 만들어냈다.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대형 클라우드 전환 사업을 수행하면서 쌓은 경험으로 신속하게 대처해나갔다.

e학습터는 NBP가 앞장서 티맥스, 큐브리드, GS네오텍 등 다른 협력사와 힘을 합쳤다. NBP는 박기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직원 200여 명이 24시간 긴급 대응팀을 꾸렸다. 이들은 하루 4만명을 수용했던 e학습터를 330만명을 감당할 수 있는 서비스로 탈바꿈시켰다.

LG CNS 관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문가들이 밤을 새워가며 장애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며 “코로나라는 위기 상황에서 국가와 학생들을 위한 일에 당연히 힘을 보탠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