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토순이’ 사건… 2심도 “징역감 맞다” 확인

입력 2020-04-20 17:08
지난해 10월 서울 마포구 한 주택가에서 정모씨에 의해 숨진 반려견 '토순이'의 생전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실종된 반려견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동물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최근 동물학대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성지호)는 20일 강아지 ‘토순이’를 학대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28)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검찰은 원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 피고인은 형이 너무 무겁다는 취지로 모두 항소했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중하기는 하지만 1심 법원의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또 “피의자나 동물보호단체에서 주장하는 여러가지 사실들도 원심 양형에 적절히 반영됐다고 보인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지난해 10월 9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의 한 주택가에서 주인과 산책을 나왔다가 길을 잃은 반려견 ‘토순이’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재물손괴·동물보호법 위반)를 받고 있다. 정씨는 당시 ‘토순이’가 자신을 피해 도망치다가 막다른 길에 이르러 자신을 향해 짖자 화가 나서 발로 걷어차고 짓밟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1월 2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이승원 판사는 구속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으며, 범행 동기도 비난의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동물학대 범죄자가 실형 선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됐지만 지난 28년간 실형 선고까지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 동물권단체 등에 의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서부지법은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학대하고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은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지난 1월 수원지법도 경기도 화성에서 주민들이 돌보던 고양이 ‘시컴스’와 자신이 분양받은 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50대 남성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바 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서국화 변호사는 “집행유예나 벌금으로는 동물학대 처벌을 막을 수 없다는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며 “동물학대에 대한 기존의 처벌이 약하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난해 말부터 재판부에도 많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물권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잔인하게 살해하는 행위에 대해 실형 판결을 내리는 사례가 늘어나 동물학대가 중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