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참패 이후 당을 추스르는 작업에 착수했다. 선거 이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지, 조기 전당대회를 열지 등 당의 앞날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결론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추후 총의를 모으는 작업을 다시 하기로 했으나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라 무너진 당을 다시 세워 올리는 데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비대위원장이 유력한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도 “나를 놓고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통합당 지도부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단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되, 21대 국회 개원을 앞둔 다음 달 초에는 원내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최고위 이후 열린 의총에서 비대위 체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의총에서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비대위가 아닌 당내 자원으로 ‘셀프 개혁’을 하자는 의견이 다소 우세했다고 한다. 김태흠 의원은 “외부 인사에게 당을 맡긴다는 것은 당의 주체성이 없다는 것인데, 나약하고 정체성도 없는 정당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조기 전당대회에 목소리를 냈다.
‘김종인 비대위’에 대한 반감도 일부 있었다. 김성원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는 적절하지 않다. 개혁과 혁신을 바라는 데 있어서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원외 인사 중에 꼭 김 전 위원장이 아니어도 훌륭한 분이 많다”고 했다. 이만희 의원은 “의총에서 특정인을 중심으로 한 비대위 논의는 거의 없었다. 비대위로 갈지 조기 전당대회로 갈지 의견이 있었지, ‘누구 비대위’로 특정 짓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차기 리더’가 나설 수 있는 장을 먼저 꾸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로는 혁신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태경 의원은 “혁신형 비대위를 출범시켜 연말까지 시한을 정해 당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며 “전당대회 룰을 대폭 바꿔 다음 지도부는 젊고 참신한 사람으로 구성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관리형 비대위로는 또 어르신 정당이 될 뿐”이라고 했다.
대다수 의원은 ‘당권 다툼을 반복하는 모습으로 또다시 국민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데는 입을 모았다. 장제원 의원은 “우리가 성찰하고 반성할 시간도 없이 전당대회 한다고 자리 놓고 권력투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국민이 뭐라고 하겠나”며 “비대위로 전환해서 참패 원인을 찾고 성찰하고 혁신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추경호 의원도 “인물론으로 접근하는 자체가 잘못됐다. 벌써 네 편 내 편 갈라질 조짐이 보인다. 지지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이런 건데 총선 끝나자마자 또 그런 행태가 나타나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새로 21대 국회에 입성할 당선인과 모든 의원의 의견을 모으는 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은 “당의 중요한 진로가 달린 문제니 한 분 한 분의 의견까지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원들의 의사를 일일이 집계해서 구체적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심희정 김용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