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없다’ 전교조 법외노조 난제, 이제 풀릴까

입력 2020-04-20 17:03


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 달 20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전교조 법외노조와 관련한 찬반 양측의 입장을 두루 고려해 공개변론일에 소환할 참고인 교수들을 결정했고, 학계와 노동계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다.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가 이른바 ‘노조 아님’ 팩스를 전교조 측에 전달한 뒤 6년 6개월 만이다.

사법부가 왜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느냐는 지적은 그간 계속돼 왔다. 하지만 “법률 위임이 없는 시행령 조항에 따라 ‘법외노조’ 선언이 가능한가”하는 쟁점 판단은, 형식 문제를 떠나 결국 전교조의 위상 규정이나 교사들의 쟁의행위 인정 여부까지 연결되는 일이었다.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지 않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문제는 사실관계의 다툼이 아니라, 한국사회가 어떤 결단으로 나아갈 것이냐 하는 사법철학의 문제가 돼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9일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기로 결정했고, 그 다음 달인 지난 1월 전원합의체에서 공개변론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요구하는 주제는 찬반 입장이 모두 근거를 갖춰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청취할 필요성이 있는 난제들이다. 현재는 대법관들마다 각자의 입장이나 색깔을 드러낸 단계는 아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무색(無色)하게 학술적인 정리만 돼 있다”고 했다.

해직 교사 9명이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할 것인가에 대해, 양측의 입장은 아직 팽팽하게 맞물려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찬반 양론을 모두 답안지로 쓸 수 있는 논술 문제와도 같은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동시장에서 한국 사회를 왼쪽으로 한 클릭 수정할 것인지, 오른쪽으로 한 클릭 옮길 것인지의 문제”라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전교조에 불리한 근거들이 확립돼 있다. 1심 서울행정법원과 2심 서울고법이 전교조에 패소 판결을 내린 점은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제노동기구(ILO)가 “해고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반한다”고 밝혀온 점, 여러 교육감들의 탄원서가 잇따른 점 등은 전교조에 유리한 측면이다. 2013년 법외노조 통보 당시와 달리 정권이 바뀌었고, 대법관들의 색채가 변했다는 말도 나온다.

공개변론은 새로 대법관 대열에 합류한 노태악 대법관이 주심을 맡아 진행한다. 김선수 대법관은 이 사건의 1심과 2심 과정에서 전교조 측 소송대리인으로 활동해 심리에서 제외됐다. 대법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7번째로 열리는 공개변론 사건”이라며 “치열한 논쟁이 오가는 공론의 장이 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법원은 일단 오는 7월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에 대한 선고를 내리는 것을 내부적인 목표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