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치 외길 이육만 평전 ‘영남 인동초’ 출간

입력 2020-04-20 16:27

야당 불모지 영남지역에서 묵묵히 야당 정치인의 길을 걸어온 이육만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상임고문의 일생을 조명한 ‘영남 인동초(忍冬草)’(사진)가 출간됐다.

이 상임고문은 1971년 대통령 선거 당시 지역신문사 기자로 활동하던 중 취재차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과 40년 가까이 연을 이어왔다. 이 고문은 김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구·경북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40여년간 10번의 선거를 치른 지역 야당 역사의 산증인이다.

갖은 고초를 겪으며 화합과 화해의 정신을 보여준 김 전 대통령을 ‘인동초’에 비유할 수 있다면 영남에서 긴 세월 고통을 견디며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실천한 이 고문의 삶 역시 책 제목처럼 ‘영남 인동초’다.

책은 이 고문의 장남인 이성훈 대구MBC 전 보도국장의 작품이다. 손가락이 하나 더 있는 육손이로 태어난 아버지의 여섯 번째 손가락이 화자로 등장해 자신이 지켜 본 아버지의 일생을 덤덤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장르는 독특하다. 아들이 아버지의 삶을 재평가한 이 책은 엄밀하게 평전(評傳)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저자는 이 책의 장르를 자서전(自敍傳)의 스스로 자(自)를 아들 자(子)로 바꾼 ‘자서전(子敍傳)’이라 이름 붙였다.

저자는 기자의 날카로운 시각과 간결한 필체로 이 고문의 일생을 재평가하고 시대의 귀감이 되는 삶을 조망하고 있다. 일생을 전쟁고아들과 함께 한 청소년기, 불의에 맞서 정론직필을 위해 뛰어다니던 언론사 기자 시절, 교사로서 인성교육을 강조하던 교단생활, 질곡의 야당 정치인 시절,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황혼기 등 5개 범주로 나누고 시기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일대기를 서술했다.

에피소드 가운데는 어둡던 야만의 시절, 인혁당 당수로 사형을 당한 도예종과의 인연과 영남 원외지구당 위원장으로 동병상련을 나누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등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아버지를 둔 탓에 20번 이상 이사를 다녀야 했던 자신을 포함한 가족들의 애환과 야당 정치인으로서의 무기력함에 눈물을 흘리며 고뇌하는 아버지의 내면세계 등을 잔잔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