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 사태 와중에 ‘공안 물갈이’…쑨리쥔 ‘부패’ 조사

입력 2020-04-20 16:23
낙마한 쑨리쥔 중국 공안부 부부장.SCMP캡처

중국 공안부의 쑨리쥔(51) 부부장(차관)이 부패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오르면서 낙마했다. 홍콩 문제와 국내 정치 분야를 담당해온 쑨리쥔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 계열이어서 또 다른 ‘공안 물갈이’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최고 감찰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전날 쑨리쥔을 엄중한 기율과 법규 위반 혐의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엄중한 기율과 법규 위반은 통상 부패 혐의를 지칭한다고 SCMP는 전했다.

공안부는 자오커즈 부장 주재 회의를 통해 “쑨 부부장은 오랫동안 당의 정치 기율과 규칙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해온 결과”라며 “기율위의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조사는 시진핑 국가주석을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의 부패 척결 태도와 결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안부는 “당 핵심에 대한 충성과 지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핵심’인 시 주석에 대한 충성을 맹세했다. 공안부는 홈페이지에서 쑨리쥔의 프로필을 삭제했다.

쑨리쥔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서기였던 멍젠주의 비서를 지냈다. 멍젠주는 장쩌민 전 주석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중앙정법위는 중국 공산당의 ‘다오바즈’(刀把子·칼자루)로 불리는 공안기관과 사법부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정법위 서기는 중국 권력의 핵심 실세로 꼽힌다.

쑨리쥔은 멍젠주가 중앙정법위 서기로 재직할 때 국내안전보위국(제1국) 국장으로 재직하는 등 핵심 요직을 거쳐왔다. 정치범 단속과 홍콩 문제 등을 전담하는 국내안전보위국은 공안 내 최고권력기구로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해왔다.

따라서 쑨리쥔에 대한 조사는 공안부 내에 잔존하는 장쩌민 계열을 솎아내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쑨리쥔은 지난달 7일 코로나19 발생지인 우한에서 여성 경찰관 2명에게 “봉쇄 상황에서 헌신적인 노력을 했다”며 공산당원 추천을 해줬다는 인민일보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그의 대외활동 소식은 없다고 SCMP는 전했다.

빈과일보는 “쑨리쥔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우한에 파견된 중앙 간부여서 시 주석이 그를 용서한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끝내 청산의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멍훙웨이 전 인터폴 총재.AP연합뉴스

쑨리쥔의 낙마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Interpol)의 첫 중국 출신 총재였던 멍훙웨이 실종 사건에 이어 시 주석 체제의 또 다른 ‘공안 물갈이’로 해석된다.

멍훙웨이는 2018년 9월 인터폴 본부가 있는 프랑스에서 실종된 뒤 뇌물수수 혐의로 국가감찰위원회의 조사를 받았으며, 올해 초 법원에서 징역 13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멍훙웨이는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정법위 서기를 맡았던 저우융캉의 측근이어서 그의 낙마는 저우융캉 잔존 세력의 축출로 받아들여졌다.

저우융캉은 시 주석 집권 후 숙청돼 2015년 뇌물수수와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