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모친 “아들 불쌍해 미칠 지경, 속에서 천불나”

입력 2020-04-20 15:54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친인 박정숙(83) 웅동학원 이사장이 차남 조모씨 재판에서 “학교 때문에 집이 이 모양이 됐는데 아들(조씨) 탓이라고 하니 천불이 난다”며 “아들이 불쌍해 미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20일 열린 조씨 재판에 박 이사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4일 박 이사장을 조씨의 웅동학원 허위소송 및 채용비리 혐의에 대한 증인으로 신청했다. 조씨 측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증인신문이 이뤄지게 됐다.

박 이사장은 남편인 고(故) 조변현 이사장과 아들 조씨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조씨가 공사수주나 영업을 잘하면 남편이 어떻게 대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박 이사장은 “‘능력 있다’며 칭찬을 많이 했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아들이라고 (수익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박 이사장은 조씨의 웅동학원 비리 사건 책임을 남편 탓으로 돌렸다. 그는 “남편이 연대보증을 해서 아들(조씨)을 신용불량자를 만들어놨다”며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남편) 때문에 아들 신세 망쳐놓고 친척들에게 위신 세우려고 (고려종합건설 부도난 게) 아들이 확장하느라 그런 것이라고 거짓말했다가 조국이한테 혼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인신문 도중 “천천히 하시라”며 흥분한 박 이사장을 진정시켰다. 그러자 박 이사장은 “야(조씨)가 너무 불쌍해서 그런다. 아버지 때문에 신세를 망쳤다”고 외쳤다. 박 이사장은 “이 사건으로 나는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안 들리고 그렇다”며 “학교 때문에 집구석이 이 모양이 됐는데, 둘째 아들 때문에 부도가 났다고 하니 천불이 안 나겠느냐”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화가로 알려진 박 이사장은 검찰이 “요새도 작품 활동을 하느냐”고 묻자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 붓을 못 잡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이) 나 혼자 살고 있는데 그대로 두면 고독사 할까봐 올라오라고 했다”며 “서울 와서 조국 밥해주고 살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박 이사장은 조씨의 웅동학원 상대 허위소송 혐의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부인하는 취지로 증언했다. 박 이사장은 과거 한국자산공사나 기술보증기금이 웅동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해선 잘 모른다고 답했다. 박 이사장은 조씨의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특정인에게 높은 점수를 주기로 한 적이 전혀 없다”며 “면접실에 들어가서 비로소 문제를 받았는데 어떻게 미리 알려주겠느냐”며 부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