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직 경찰공무원 신분으로 지난 4·15 총선에서 당선된 황운하 당선인(대전 중구)의 겸직 논란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국회의원의 겸직을 금지하는 국회법과 비위 관련 조사·수사를 받는 공무원의 의원면직을 허용하지 않는 대통령 훈령이 상충하면서다. 황 당선인은 앞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황 당선인의 겸직 논란과 관련해 “헌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직위를 겸할 수 없지만, 공무원 비위 사건과 관련한 대통령 훈령 상으로는 기소 중인 경우 면직이 되지 않는다”며 “국회법과 대통령 훈령이 상충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국회법 29조는 국회의원은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 외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대통령 훈령인 ‘공무원 비위사건 처리규정’은 비위와 관련한 조사·수사를 받는 경우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황 당선인은 2018년 6월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황 당선인은 이번 총선 출마에 앞서 경찰청에 의원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 청장이 언급한 대통령 훈령 때문이다. 결국 현직 경찰공무원 신분을 유지한 채로 총선에 출마한 황 당선인은 다음 달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그 전까지 의원면직이 되지 않으면 국회법 겸직금지 조항을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민 청장은 “국회 사무처와 인사혁신처 등 기관에 질의해 들은 의견을 토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황 당선인의 경우는 관련 규정에서 예상치 못한 특이한 사안인 만큼 권위 있는 책임 기관의 판단이 나오면 경찰은 그에 의거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총선과 관련해 선거사범 1461명을 입건해 64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200여명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 중이다. 민 청장은 “선거사범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은 만큼 신속하게 처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