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고비 넘긴 스페인…아이스링크 영안실 한달 만에 폐쇄

입력 2020-04-20 15:23
지난달 26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팔라시오 데 히엘로 아이스링크로 코로나19 시신을 실은 영구차가 대기하고 있다. 이 아이스링크는 스페인에 넘쳐나는 시신들을 임시로 보관하기 위해 급조됐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명이 넘어선 스페인에서 당국이 확산세가 감소되고 있다며 시신을 보관하던 수도 마드리드의 아이스링크를 폐쇄하기로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말 넘쳐나는 코로나19 시신을 보관하기 위해 임시로 개조된 팔라시오 데 히엘로 ‘아이스링크 영안실’이 한 달 만에 문을 닫는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 보건부 발표에 의하면 스페인의 코로나19 신규 사망자 발생 건수는 지난 15일(318명)을 기점으로 확실한 감소세를 보인다. 19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사망자 수는 410명으로 전날(565명)보다 100명이 넘게 줄었다.

페르난도 시몬 스페인 보건 경보 및 비상센터의 센터장은 “이 숫자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며 “집계를 시작한 이후 하루 동안 사망한 사람이 500명 이하를 유지한 것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18일(현지시간) TV 브리핑에서 “스페인이 가장 엄혹한 시간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잔인한 살육을 지나왔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지난달 말 적게는 하루 700여명에서 많게는 9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화장장은 코로나19 시신이 담긴 관으로 가득 찼다. 수도 마드리스에서는 화장장 2곳을 관리하는 공립 장례기관이 “더는 코로나19 사망자를 받지 못하겠다”며 보이콧을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26일 마드리드 정부는 시내 중심 쇼핑몰에 있는 아이스링크를 임시 영안실로 급조해 화장 시설의 부담을 줄였다. 그러나 신규 사망자 수가 점차 감소세를 보이자 22일 약 한 달 만에 아이스링크 영안실은 문을 닫기로 한 것이다. 마드리드 박람회장 안에 설치된 야전 병동도 지난 17일부터 폐쇄됐다.

시몬 센터장은 “신규 사망자 발생 수와 병원 입원 환자 수, 중증환자 수의 감소는 질병의 확산이 실질적으로 하향 추세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살바도르 일라 보건장관도 “스페인 내 확산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스페인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18일 2만명을 넘어서며 미국, 이탈리아에 이어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명을 넘어선 세 번째 국가가 됐다.

산체스 총리는 이날 이동제한을 포함한 국가비상사태를 다음 달 9일까지 15일간 연장하는 방안을 의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다만 6주간 지속했던 격리 조처는 27일부터 다소 완화해 어린이들의 외출을 허가할 방침이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