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제발 나를 좀 놔두시오!”
소설 속 주인공이 내뱉은 유일한 말이었다. 작중 화자인 소년은 주인공을 ‘좀머 아저씨’라고 부르고, 동네 사람들은 ‘좀머씨’라 부른다. 그는 텅 빈 배낭을 걸머지고 지팡이를 쥔 채 돌아다닌다. 이토록 기이한 사내를 내세운 소설 ‘좀머씨 이야기’는 1995년 출간 당시 5개월째 베스트셀러 순위 정상을 달리던 양귀자의 소설 ‘천년의 사랑’을 끌어내리고 선풍적인 돌풍을 일으켰다. 10대 독자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끌어내면서 소설은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좀머씨 이야기’의 작가는 독일 소설가 파트리크 쥐스킨트(71)다. 쥐스킨트는 모든 문학상을 거부하고, 인터뷰를 거절하는 은둔의 작가다. 1949년 뮌헨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작가가 되고 처음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콘트라바스’가 주목을 받으면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특히 ‘향수’는 49개 언어로 번역돼 2000만부에 달하는 판매고를 올렸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쥐스킨트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양장본 시리즈(전 8권)가 출간됐다. 출판사 열린책들이 내놓은 시리즈는 ‘좀머씨 이야기’ ‘향수’ ‘콘트라바스’를 포함해 ‘깊이에의 강요’ ‘사랑’ ‘비둘기’ ‘승부’ ‘로시니’로 구성됐다. 이들 작품 가운데 ‘콘트라바스’와 ‘승부’는 새롭게 번역한 책들이다. 열린책들은 “소장 가치가 높은 견장정 디자인과 가독성이 높은 판형, 그리고 꼼꼼하게 재검토하여 편집에 공을 들인 본문 등 쥐스킨트 세계에 처음 문을 두드리는 독자뿐 아니라 마니아층 모두에게 새로운 만족을 선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