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 간격 오와 열…이스라엘 ‘독재 항의’ 거리두기 시위

입력 2020-04-20 10:47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라빈광장에서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와 열을 맞춰 일정한 간격을 둔 모습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핑계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은 2m 간격으로 오와 열을 맞춰 사회적 거리를 유지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는 2000명 이상이 모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했다. 이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야당에 비상 내각 구성을 제안하고, 자신의 부패 혐의에 대한 재판을 연기하며 장기집권을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총 재임 기간이 14년에 이르는 네타냐후는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다.

시위대는 “코로나19는 독재자를 섬기는 것과 같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검은색 깃발을 흔들며 연신 “민주주의”를 외쳤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한 시민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에 앞서 라빈광장을 걷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도록 광장 바닥에는 'X' 표시가 되어 있다. AP 연합뉴스

이들은 베니 간츠 청백당 대표가 코로나19에 대응할 비상 내각 구성 협상에 응한 것을 두고도 비난을 쏟아냈다. 간츠 대표는 앞선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잇달아 지면서 향후 협력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때 청백당의 2인자로 꼽히다 이제는 당과의 동맹을 철회한 야이르 라피드 의원은 간츠 대표를 향해 “당신은 내부 부패와 싸우지 않는다. 만약 그 안에 들어간다면 당신도 그 일부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년 넘게 내각 구성에 실패한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비상 내각이 필요하다며 연정 구성 협상이 진행 중이다. 앞서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진 네타냐후 총리의 재판도 코로나19를 이유로 5월 하순까지 두 달가량 연기됐다. 재판을 늦춘 법무부장관은 네타냐후 총리가 지명한 인물이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라빈광장에서 시민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정한 간격을 둔 모습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그 후 간츠 대표에게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양측은 네타냐후 총리가 새 연립정부에서 18개월 동안 먼저 총리직을 수행하고, 간츠 대표가 총리직을 이어받는 방안에는 상당 부분 합의했지만, 사법부 인사 절차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총리 측 주장에 간츠 대표가 반대하며 협상이 공전 중이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 전파자를 추적하기 위해 대테러 작전용 디지털 감시 도구를 활용하기로 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한다는 명분이지만 정보기관이 누구라도 감시하고, 비판 인사도 추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