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경제활동 재개하라” 미국 극우시위 확산…부추기는 트럼프

입력 2020-04-20 06:55 수정 2020-04-20 07:46
‘반(反) 셧다운’ 시위, 미국 전역으로 퍼져
외출금지·영업정지 풀고 조속한 경제활동 촉구
‘파우치 해고’도 요구사항
트럼프, 극우시위 부추긴다는 비판
공화당 주지사도 ‘트럼프 비난’에 가세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한 ‘반(反) 셧다운’ 시위대가 지난 15일 미국 미시간주의 주도 랜싱에 있는 주정부 청사 앞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으로 인한 외출 금지와 영업 정지를 해제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외출 금지·영업 정지를 해제하고 서둘러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는 미국 극우세력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른 바 ‘반(反) 셧다운(영업 정지)’ 시위대다. 대부분 백인으로 구성된 이들 시위대는 정치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력이다.

경제적으로는 장기화된 외출 금지·영업 정지 조치로 이미 일자리를 잃었거나 생계에 위협을 받는 일용직 또는 저소득층 노동자들이다. 극우세력이 온라인 등을 통해 이들 시위대를 조직화화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셧다운’ 시위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정국에서 돌발 변수로 부상했다. 지난 15일, 미시간주 주도 랜싱에서는 총을 든 시위대가 조속한 경제활동 재개를 촉구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경제활동 재개를 서두르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주의 주도 덴버에서 19일(현지시간) 자레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의 외출 금지와 영업 정지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차량으로 도로를 점거하는 ‘반(反) 셧다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주말 사이 메릴랜드주·유타주·텍사스주·애리조나주·콜로라도주·워싱턴투·네바다주·인디애나주·미네소타주·위신콘신주 등에서 경제활동 재개를 촉구하는 극우세력들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전역으로 ‘반 셧다운’ 시위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반 셧다운’ 시위가 폭력적인 양상으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외출 금지·영업 정지 조치를 풀어 미국 경제를 다시 되살려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을 촉구하는 앤소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의 해임이다.

텍사스주의 주도가 있는 오스틴에서도 18일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반 셧다운’ 시위를 벌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시위대는 ‘텍사스를 개방하라’, ‘일하게 해 달라’, ‘파우치를 해고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또 ‘내 주를 개방하라(Open my state)’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을 상징하는 모자와 티셔츠를 입었다. 일부 시위대들은 차량 경적을 크게 울리기도 했다.

6살 난 딸을 데리고 시위에 참가한 데이브 리트렐은 “나는 잠재적인 병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건강하다”고 주장했다. 식당에서 주당 35시간 일했던 그는 주당 5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면서 사실상 실업상태에 빠졌다고 NYT는 전했다.

일부 시위대는 “코로나19는 중국 공산당 국제주의자들의 생물학적 무기 공격”이라는 음모론을 외쳤다고 NYT는 덧붙였다.

그러나 일반 미국민들의 생각은 이들과 다르다. 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15일 공동으로 실시해 19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58%는 ‘셧다운’ 조치를 너무 일찍 완화하면 코로나19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32%는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의 경제적 타격을 더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미네소타를 해방하라”, “미시간을 해방하라”, “버지니아를 해방하라”는 세 개의 트위터 글을 올리면서 ‘반 셧다운’ 시위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들 3개주는 모두 민주당 소속의 주지사가 있는 곳이며, ‘반 셧다운’ 시위의 타깃이 된 지역이다.

공화당 소속이면서 미국 주지사연합 회장인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나섰다. 호건 주지사는 CNN방송에 출연해 “시위대의 요구는 트럼프 행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시위를 부추기고 대통령 자신의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도 “야수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서 섣부른 경제활동 재개를 경고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