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앞길 못 본 미국, 중국에 팔더니 ‘폭탄’ 맞은 마스크 가격

입력 2020-04-20 06:05 수정 2020-04-20 06:10
연합뉴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지난 1~2월 마스크 등 보호장비를 중국에 대량 수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거세진 바이러스 확산세로 의료장비가 부족한 상황에 몰리자 미국 정부는 미검증 업체로부터 장당 6달러(약 7300원)에 마스크를 사들이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정부 내부 문건과 경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 시기에 현지 제조업체들이 정부의 독려로 수백만 달러 규모의 마스크와 의료장비를 중국에 대량 수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당시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위협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대비에도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몇몇 국가가 코로나19 대응에 본격 돌입했음에도 백악관 내부에서만은 사태에 대한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 상무부는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던 지난 2월 26일, 기업을 대상으로 ‘주요 의료물자’를 중국과 홍콩에 판매하는 방법을 설명한 안내문을 발행했다. 주요 마스크 제조사인 3M은 “초기 정부 당국을 비롯한 어떤 기관도 중국 수출을 막는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WP에 전했다.

로이드 도겟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같은 사실을 비판하며 “미국에서 상당한 인명 피해를 초래한 패착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TF)팀과 첫 기자회견을 연 바로 그 시점에 그의 행정부는 ‘중국에 보내는 코로나19’라는 이름으로 장비를 수출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필사적으로 확보해야 했던 마스크를 팔아버린 뒤 다시 고액을 주고 사들이는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정부가 N95 마스크 의료진 조달을 위해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로부터 1억1000만달러(약 1339억원) 상당의 마스크를 주문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마스크 가격은 장당 6달러에 육박하며 이는 정상 공급가의 6배에 달한다.

WSJ는 “연방정부가 내달 말까지 받아야 하는 N95 마스크 총 2000만장 가운데 적어도 80% 물량은 한 번도 같이 일해보지 않은 업체에서 주문했다”며 “일부 기업은 납품 기한을 놓치거나 모기업이 부도났으며 사업주가 거래처들과 분쟁에 휘말려 사기 혐의로 기소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