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본 의료 체계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다.
일선 의료진들에겐 환자를 돌볼 장비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다. 의료진은 방호복 대신 쓰레기봉투나 우의를 입고, 의료용 고글이 없어서 잠수용 고글을 쓰는 상황이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19일 치바현 토노쇼에 있는 ‘호쿠소 육성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이 쓰레기봉투를 방호복 대신 착용하고 환자를 돌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시설은 일본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이후 처음으로 민관이 협력해 시설을 ‘병원화’ 한 사례라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방호복이 부족한 가운데 직원들은 입소자들의 신변 지원 업무를 계속하고 있었다.
직원들은 방호복 대신 쓰레기봉투를 입고 입소자 관리 업무를 했으며, ‘레드존’에서 간호사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묻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쓰레기봉투와 장갑을 벗는 것을 돕는다.
의료진이 쓰레기봉투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건 의료물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홋카이도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부족한 의료물자를 대체하거나 재활용하는 지침을 일선 의료 기관에 내려보냈다. 마스크는 재활용하고, 의료용 가운 등 방호복은 우의 등으로 대체하라는 게 골자다.
일본 정부는 긴급 사태 선언 이후 7개 도부현에 대해 4월 중으로 의료용 서지컬 마스크 1000만장을 배포키로 했다. 여기에 추경예산을 통해 서지컬 마스크 약 2억7000만장, N95 마스크 약 1300만장, 의료용 가운 약 4500만장, 페이스 실드 약 900만장을 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이것도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일본의사회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1개월에 필요한 물품은 서지컬 마스크 4억~5억매, N95마스크, 의료용 가운, 페이스 실드는 각각 3000만개 가량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예산이 확보되도 물건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주간지 겐다이비즈니스는 “방호구 부족은 원내 감염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 현장에서는 긴급 사태 선언에 따른 강제적인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전국 근무의로 구성된 노동조합 ‘전국의사 유니온’에 따르면 일주일에 1매의 마크를 쓰고, 방호복 대신 쓰레기봉투를 입고 근무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 수도권 병원에 근무하는 남성 내과의사(45)는 “감염의 공포에 의한 스트레스가 크다. 의료 현장에 코로나와 싸우는 ‘무기’를 나눠 주었으면 한다”고 분개했다.
야마나시현 마키오카 병원에서 근무하는 후루야 사토시 의사는 “코로나19 감염 환자가 왔을 때를 대비해 방호구를 보관해두고 싶다”면서 “의심환자가 아닌 경우는 70ℓ 쓰레기봉투나 샤워 캡, 농사일용 팔 커버, 고글 등을 이용하거나 마스크를 재사용하면서 위기를 넘기고 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전국 자치체 병원 협의회 오구마 유타카 회장은 “강제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의료물자를 확보해 시급하게 배부하지 않으면 개개의 병원에서의 대응은 한계가 오고 있다”고 호소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