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들이 ‘배드뱅크’를 설립해 환매가 중단된 부실 펀드를 수습하기로 했다. 배드뱅크란 금융회사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운영되는 기관으로, 운용사 형태의 배드뱅크가 만들어진 건 처음이다. 이로써 라임자산운용은 결국 퇴출 수순을 밟게 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9일 “최근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들 사이에서 신설 법인을 설립해 부실 펀드를 처리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 아직 배드뱅크의 자본금 액수 등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라임운용 펀드 판매사들은 환매중단 펀드에서 스타모빌리티로 자금이 대거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라임 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모빌리티는 라임자산운용 ‘돈줄’로 알려진 김봉현 회장이 실소유주로 있던 코스닥 상장사다. 현재는 대형 판매사들 19곳이 배드뱅크 설립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르면 20일 판매사들의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라임운용의 환매 연기 펀드 규모는 약 1조 6679억원에 달한다. 우리은행(3577억원) 신한금융투자(3248억원) 신한은행(2769억원) 등이 판매 금액의 64%를 차지하며, 환매가 연기된 모펀드는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 인슈어런스(CI) 등 4개다.
배드뱅크가 설립되는 즉시 라임자산운용의 등록이 취소되진 않지만, 결국 퇴출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원칙상 라임자산운용이 등록 취소되려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등에서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라임 사태’는 그간 국민 공분을 많이 산 만큼 퇴출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