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모두 한국을 넘어섰다. 일본은 전체 코로나19 환자 중 격리치료 중인 사람이 9000명 이상이어서 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NHK 집계에 따르면 19일 0시 기준 일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1만1145명으로 집계됐다. 일본은 지난 15일부터 매일 500명 넘는 사람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날 한국의 환자 수(1만661명)를 추월했다. 한국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 14일 27명, 17일 22명, 19일 8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도 일본(237명)이 한국(234명)보다 많아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일본은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한국보다 환자 수가 많았다. 그러나 2월 말 한국에서 대구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폭증해 한국 환자 수가 일본을 넘어섰다. 이후 2개월여 만에 다시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일본에선 지난달 24일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 이후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늑장 대처로 비판받고 있는 아베 신조 총리는 도쿄도 등 7개 지역에 한정해 발령했던 긴급사태를 지난 16일에야 일본 전역으로 확대했다. 한국이 대규모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로 확산을 억제한 반면 일본은 소극적인 대처로 감염자 수가 크게 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까지 공식 집계된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환자 및 사망자 수는 엇비슷하지만 일본은 전체 확진자 중 약 9100명이 병원이나 숙박시설 등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격리 치료중인 환자가 2300여명인 한국보다 4배가량 많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피해가 큰 도쿄에선 대다수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느라 다른 응급 환자를 받지 못하는 의료 붕괴 사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오사카에서는 방호복이 없어 의료진이 비옷을 입고 진료하는 등 의료용품 부족도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놈(genome·유전체) 분야 연구 1인자로 꼽히는 나카무라 유스케 미국 시카고대 명예교수는 이날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의료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스케 교수는 “병원 내 감염을 피하기 위해 의심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면서 구명구급센터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 응급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스케 교수는 “잠복 기간이 길고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는 집단 감염을 추적하는 것만으로는 억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실을 알려고 하는 노력이 부족하고 과학적 시각에 의한 대책이 너무 늦었다”며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