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호주에서 아시아계 여성이 호주 여성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중 감정에서 비롯됐다.
호주에 유학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은 봉변을 당할 수 있어 밖에 나가기도 두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호주의 한 지방 의회는 중국 지방 도시와의 자매결연을 끊는 결정을 내리는 등 노골적으로 반중 감정을 표출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지난주 호주 멜버른에서 아시아계 학생 3명이 인종 차별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중국인 유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안전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멜버른 대학은 부상당한 학생들이 중국 국적은 아니라고 확인했으나 이번 폭행 사건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호주 내에서 반중국 정서가 심화하는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 떠도는 당시 영상을 보면 멜버른의 좁은 골목길에서 백인 여성 3명이 아시아계 여성 2명을 가로막고 고함을 지르며 주먹으로 때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한 백인 여성이 아시아계 여성 1명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면서 계속 주먹으로 때리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또 머리채를 잡힌 채 주저앉아 있는 여성을 발로 차기도 했다.
이들은 “너희 나라로 꺼져라. 여기는 너희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고 폭언도 했다. 폭행을 한 뒤에도 화가 안 풀렸는지 다시 다가서려 하자 길 가던 남성이 말려 상황이 정리됐다.
현지 경찰은 “두 아시아계 학생이 오후 5시 30분쯤 엘리자베스 가를 걷다가 갑자기 폭행을 당했다”며 “폭행에 가담한 두 여성을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폭행 당시 동영상을 트위터 계정에 공개해 신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건이 터지자 샐리 캡 멜버른 시장은 “끔찍한 폭행에 소름끼친다”며 “이번 폭력 사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멜버른 주재 중국 총영사관은 아시아인들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경찰에 중국 유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퀸즈랜드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양모씨는 “요즘 반중 정서와 관련한 뉴스가 TV에 자주 나오고 있다”며 “마스크를 쓰고 밖에 나갔다가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백인들을 피하게 되고 웬만하면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멜버른 유학생을 둔 학부모 류모씨는 “중국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학업 꿈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 호주에 유학을 보내는데, 이유 없이 중국 학생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반중국 정서가 확산하면서 뉴사우스웨일스주에 있는 와가와가시 의회는 그동안 자매결연을 맺고 교류를 해온 중국 쿤밍시와의 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와가와가시는 랴오닝성의 톄링시 및 장쑤성과도 이어온 결연 관계를 끊기로 했다.
와가와가시의 폴 퍼넬 의원은 “중국은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에 책임이 있다”며 “우리 시는 30년 이상 이어온 쿤밍시와의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퍼넬 의원은 “우리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 있는 자매 도시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정상도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해 일제히 중국 압박하는 등 유럽에서도 반중국 정서가 일고 있다.
영국 총리 대행인 도미니크 라브 외무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 중국의 대처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중국은 코로나19가 어떻게 발병했으며 막을 수는 없었는지 등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중국의 사태 처리에는 불분명한 부분이 있었다”며 “우리는 모른다. 분명히 우리가 모르는 그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다”며 중국의 코로나19 대처를 비판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