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냐, 합당이냐…미래한국당·시민당 수싸움

입력 2020-04-19 17:51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이 단독 교섭단체를 꾸릴지, 모(母)정당과 합당할지를 두고 수싸움이 한창이다. 180석의 거대 여당에 맞서야 하는 미래한국당은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방법으로 미래통합당과는 별도의 교섭단체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시민당은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이 위성정당임을 포기하고 단독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이 ‘형제 정당’에게 표를 준 유권자에 대한 기만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래한국당은 일단 통합당의 ‘총선 참패’를 수습할 때까지는 합당 논의가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원유철 대표는 19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통합당이 지도부 등 당내 정비를 우선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합당 얘기를 하기가 어려운 국면”이라며 “통합당이 빨리 수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당 비대위가 꾸려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독자 목소리를 내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위성정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면 21대 국회 원구성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구성에서 지분 요구를 할 수 있다. 정당보조금도 교섭단체 몫으로 나눠가질 수 있게 된다. 4·15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은 19석, 시민당은 17석을 얻었다. 각각 1석, 3석씩을 더하면 교섭단체 기준인 20석을 채울 수 있다. 국회법에 따라 각 상임위원회의 위원은 교섭단체 소속 의원 수의 비율에 따라 정해지는데, 비교섭단체 몫이 작기 때문에 위성정당이 ‘의원 꿔오기’를 통해서라도 교섭단체 지위를 얻는 게 효과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수처장 인선에도 위성정당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공수처장 후보자는 이들 추천위원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다. 이들 중 국회 몫은 여야 각각 2명씩인데 여당은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정당의 교섭단체, 야당은 ‘그 이외의 교섭단체’로 규정돼 있다. 이를 두고 미래한국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해 야당 몫 2명의 추천권을 갖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상임선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과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당은 일단 더불어민주당과 별개의 교섭단체를 만드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우희종 시민당 공동대표는 제2의 교섭단체 구성 방안 논의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의도를 갖고 쓴 것이 아니라면 완전 오보”라고 반박했다. 다만 공수처장 추천 등에서 야당에게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섭단체 카드를 살려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과 시민당은 ‘미래한국당이 따로 교섭단체를 꾸리면 우리도 거기에 대응하겠다’는 방어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당초 ‘위성정당을 만드는 일은 없다’던 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뺏길 상황이 되자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회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들은 모 정당과 통합을 전제로 해서 위성정당에 표를 준 건데, 이들이 교섭단체를 따로 만든다고 하면 그건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다. 어떻게 보면 사기를 친 것”이라며 “국민의 약속과 공직자 추천권을 맞바꿔 먹는 행태를 정당의 기능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심희정 김이현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