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한자리수로 떨어지는 등 완화세를 보이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이 우려를 표하며 19일 재차 당부했지만 한 데 모인 주말 인파들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1월 19일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처음 신고된 이후 오늘로 석 달째가 됐다”며 “아직 전 세계적인 유행이 진행 중이고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 전까지 장기적으로 유행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할 것으로 본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많은 지인이 제게 문자를 보내신다. ‘어제 강남역 갔더니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하는 걱정 문자다. 국민 입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들고 또 느슨해졌다는 지적이 많다”며 “지금도 2300여명이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오늘도 의료현장에서 마스크 자국이 얼굴이 선명한 채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의 얼굴을 떠올려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학생들이 예전처럼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강력하게 실천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명 이하로 감소한 것은) 지난 3달 간 국민, 의료기관, 지자체가 노력한 결과로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지만 낙관적인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부활절 행사, 4·15 총선 투표로 인한 대면 접촉 증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불러올 가능성도 여전하다”며 “종교시설이나 유흥시설, 체육시설, 학원 등 주로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밀접하게 접촉하는 곳에서는 아직 조금 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본부장의 당부가 무색하게 전국 곳곳에서는 주말을 맞아 몰린 인파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 한 쇼핑몰에는 가족 단위 대규모 방문객들이 포착됐다. 이중에는 심지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쇼핑을 즐기는 시민도 있었다. 토요일인 18일에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이 나들이 나온 시민들로 북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이날도 역시 정부 지침을 어기고 현장예배를 강행했다. 이 교회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다. 앞서 서울시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과 신도들을 두차례 고발했었다.
이날도 서울시와 성북구청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집회 금지를 알렸으나 무용지물이었다. 신도들은 ‘예배를 막는 행위는 예배방해죄에 해당한다’는 팻말을 들고 교회 진입로를 가로막았고 외부인의 접근을 거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교회 내부에 600여명, 외부에 300여명 등 총 900여명이 모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사랑제일교회는) 4주째 집회 금지명령을 위반하고 있다. 오늘까지 집회금지명령 기간이기 때문에 참석자 채증 자료를 분석해 세번째 고발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