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비대위’ 동의하면서도…기간·권한 진통은 계속

입력 2020-04-19 17:21
김종인 미래통합당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데 뜻을 모았지만 비대위 활동기간 등 여러 조건을 놓고 다시 진통을 겪고 있다. 충격적인 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통합당을 수습하고 체질 개선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은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유일하다는 게 당내 분위기다. 하지만 “무한정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이냐” “전권을 줘야 하냐” 등 각론을 놓고는 여러 목소리가 계속 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비대위’ 출범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으로 가닥을 잡고, 21대 국회 당선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국위원회 등을 거쳐 빠른 시일 내에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총선에서 살아남은 통합당 중진 의원들도 비대위 출범에 공감하고 있다. 5선 고지를 밟게 된 정진석 의원은 19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당을 어떻게 탈바꿈시키느냐에 대한 논의가 급선무”라며 “근본적 처방전이 필요한 시기엔 김 전 위원장이 적임자”라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총선 패배 후 비대위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내에선 총선 참패를 딛고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김 전 위원장에게 충분한 시간과 권한을 주고 당 체질 개선 작업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출범하면 8월 31일 전당대회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헌·당규상 8월 31일까지 전당대회를 열게 돼 있는데 여러 상황 등을 고려해 고친다면 김 전 위원장이 그 이후 시점까지도 비대위를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을에 출마한 조경태 미래통합당 후보가 15일 사하구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당선이 확실시되자 축하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의 역할을 ‘관리형’으로 한정하고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 선출되는 지도부가 당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통합당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당선된 조경태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에는 공감하지만 활동 기간이 길어지는 건 문제가 있다”며 “비대위는 수습 역할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 중 당선인 대회를 열고 비대위, 조기 전당대회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눠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 측은 일단 ‘관리형 비대위’는 맡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활동 기간을 최소 올 연말까지 보장할 것과 당 혁신에 관한 전권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철(가운데) 미래통합당 대표권한대행 등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국민들께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비대위 출범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터져 나왔다.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심재철 대표 권한대행과 지도부 몇몇이 일방적으로 비대위 체제를 결정하고, 심 대행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김 전 위원장을 만난 것은 심히 유감스럽고 부끄럽기까지 하다”며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총선 참패에 무한 책임이 있는 지도부가 할 일은 당원들의 의견을 듣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고, 당의 진로는 최소한 당선자들의 의견을 들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 안팎에선 이번 선거에서 철저히 등을 돌린 중도층을 잡기 위해 태극기 세력과 완전히 결별하는 등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분출하고 있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우리가 조금 더 진보적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어졌다”며 “중도 개혁을 지향해 정치 영토를 넓혀야 한다. 소수자, 사회적 소외계층에 보수가 따뜻하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헌 김용현 김이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