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연기·중단된 국내 프로스포츠의 5월 개막·재개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어린이날(5월 5일)까지 연장하되, 유행의 진정세를 고려해 일부 시설의 운영 제한을 완화하면서다. 프로야구의 경우 목표로 삼은 5월 1일 개막이 가능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으로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일부 제한을 완화하겠다. 종교시설을 포함한 4대 밀집시설에 대한 방역지침 준수 명령을 유지하되, 운영중단 강력 권고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제한 완화의 예시로 “자연 휴양림을 포함해 위험성이 낮은 실외 공공시설은 준비가 되는 대로 운영을 재개하고, 실외 스포츠도 무관중 경기처럼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면 (진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구·축구·골프와 같은 실외 경기의 프로 리그를 관중을 유치하지 않는 선에서 개최할 수 있도록 사실상 허용한 셈이다. 이로 인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 내부에서 논의되는 5월 개막론은 힘을 얻게 됐다.
KBO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캠코양재타워에서 제3차 이사회를 마친 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기간의 예정된 종료일인 19일 이후 코로나19 확산세를 판단해 21일 이사회에서 정규리그 개막일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달 28일로 예정됐던 프로야구 개막일은 ‘5월 초’로만 잠정돼 있다.
국내의 코로나19 유행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억제 체계가 범사회적으로 이뤄진 결과로 진정세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때 100명을 웃돌았던 국내 일일 확진자 수는 이날 오전 0시를 기해 8명만 집계될 만큼 급감했다. 일일 확진자 수는 11일 연속으로 50명을 밑돌고 있다.
KBO는 이 추세가 유지되면 무관중으로나마 5월 1일 개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기간이 19일에 종료돼 생활방역체계로 전환돼야 정규리그를 5월 초에 시작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기는 했지만, 실외 스포츠 경기 제한을 완화한 정부 방침에 따라 개막일을 5월 1일까지 앞당길 근거를 마련했다.
K리그의 5월 개막도 가능해졌다. 프로축구는 프로야구보다 다소 늦은 5월 중순 개막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선수에게 최소 2주 이상의 예열 기간이 필요하고, 두 팀 선수 22명과 주심 1명까지 모두 23명이 90분 이상을 그라운드 안에서 밀착해 경기하는 축구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K리그는 이달 중 이사회를 열어 개막 시점을 논의할 계획이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먼저 확정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의 재개 시점도 정부의 이날 발표로 변수를 걷어냈다. KLPGA의 2020시즌 투어는 지난해 12월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 챔피언십으로 이미 개막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5월 중순까지 모든 경기가 취소됐다.
KLPGA는 지난 16일 “제42회 KLPGA 챔피언십을 다음달 14일부터 나흘간 개최한다”고 밝혀 투어 재개를 선언했다. 다만 개최지와 갤러리 유치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살펴 ‘무관중 생중계’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