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된 김모(46) 전 청와대 행정관이 과거 금융감독원 재직 당시 금융회사 제재와 관련해 “과태료를 깎을 수 없냐”는 문의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김 전 행정관이 청와대에 가기 전부터 금융업계 전반과 깊은 유착관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구속된 김 전 행정관을 상대로 라임 사태의 관여 정도 및 금품을 받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19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행정관은 2018년 7월쯤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 실무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그는 자산운용검사 업무와 무관한 금감원 핀테크(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부서에서 근무 중이었다. 김 전 행정관은 담당자에게 “S자산운용의 제재와 관련해 과태료를 깎는 게 가능하냐”고 문의했다고 한다. 해당 담당자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김 전 행정관은 수차례 더 전화를 걸어 “정말 감경 여지가 하나도 없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서는 달랐지만 당시 김 전 행정관은 팀장급으로 담당자보다 상급자였다.
S운용은 ‘운용 업무 담당자가 자산 운용 업무와 자산 매매 업무를 겸직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을 위반해 제재 대상에 올라 있었다. S운용은 2018년 11월 제재 경감 없이 과태료 2000만원을 그대로 부과 받게 됐다. 결과에 영향은 없었지만 금감원 내부에서는 자산운용업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위반사항을 두고 김 전 행정관이 전화를 건 게 이상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고 연락을 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후 2019년 2월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근무를 갔다. 그는 청와대 근무 중인 지난해 8월쯤 라임에 대한 금감원 현장검사가 시작되자 여러 차례 실무부서에 검사 진행 상황을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조상원)는 이와 관련해 김 전 행정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했다. 그는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내부정보 유출을 인정하느냐” “라임 투자자들에게 할 말 없느냐”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울남부지법 이승원 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김 전 행정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전 행정관은 라임 관련 내부 검사 정보를 빼내고 그 대가로 49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라임 사태의 핵심 배후로 꼽히는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월 한도 수백만원대 스타모빌리티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의혹을 받는다. 또 김 전 행정관의 동생은 스타모빌리티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수천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김 전 행정관이 라임뿐만 아니라 S운용의 제재에도 관여하려 한 정황을 볼 때 사실상 업계의 ‘해결사’처럼 행동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행정관이 누구의 추천을 받아 청와대 파견을 갈 수 있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구속된 김 전 행정관을 상대로 도주 중인 김 전 회장,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의 행적을 아는지도 따져 물을 계획이다. 김 전 행정관은 이들과 유흥업소에서 수 차례 어울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