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뚝, 車산업 생태계가 무너진다

입력 2020-04-19 16:5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여파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4월 국내 자동차 수출량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완성차 판매에 영향을 받는 부품·타이어 업계 등에도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뒤따르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시행해 최악의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4월 자동차 수출량은 12만6589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2만2337대를 기록했던 지난해 동월 대비 43%나 감소한 수치다.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출량이 모두 줄어 총 9만5748대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해외공장들이 셧다운으로 생산 차질을 빚는데다 미국·유럽 등 주수출 지역의 수요까지 급감한 탓이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량 감소가 완성차 업체의 피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수직적 계열화가 이뤄진 자동차 업계의 구조적 특성상 완성차 수출량이 줄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협력 관계인 하위 부품·타이어 업계로 번질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원자재를 납품하는 플라스틱·금속·고무 등 관련 산업까지 피해를 입는 구조다.


이미 자동차 업계는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생태계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의 3월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30%씩 줄었고, 이달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이달 들어 국내 공장의 수출라인을 멈추거나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부품을 생산하는 1~3차 협력사, 타이어 공장들은 휴업·임금 삭감 등 조치를 취하며 버티기에 나선 상황이다. 아예 공장 문을 닫는 부품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중소 규모 업체들은 낮은 신용등급 등을 이유로 회사채 발행은 물론 대출금 상환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완성차의 생산·매출이 줄면 1~3차 협력사들이 줄줄이 무너질 수 있다”며 “협력사가 쓰러져도 결국 완성차 업체가 부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자동차 업계에 닥친 위기를 이겨내려면 유동성 약 33조원을 지원해야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긴급 운영자금, 대출금 만기연장, 수출금융 등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개소세 인하 기간 연장, 취득세 인하 등 조치를 통해 내수 활성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 만기연장, 세금 감면 등 정부 지원이 없으면 하반기에 부품업체들의 연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며 “기간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도 미국·독일 등 해외 주요국처럼 국가 중앙은행 등을 통해 과감한 유동성 투입안을 꺼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