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만에 신규 확진자가 한자릿 수로 떨어졌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19일. 곳곳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관찰됐다. 비까지 뿌리는 날씨에도 시민들은 삼삼오오 무리지어 쇼핑몰, 카페, 공원으로 향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는 두 개 층이 모두 꽉 차 있었다. 1분에도 서너 팀씩 새로운 일행이 들어왔다. 손님들은 마스크를 벗고 탁자 위에 줄지어 진열된 스콘을 골라 담아 계산했다. 20대가 대다수인 이들은 디저트와 음료를 앞에 둔 채 ‘인증샷’을 남기고 담소를 나눴다.
이 카페 매니저는 “3월 초엔 잠깐 매출이 50%까지 줄었지만 그 뒤론 계속 회복세”라며 “그래도 원래 워낙 잘 되는 지점이라 이것도 평소보단 못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골목에 줄지어 있는 카페 다섯 곳을 연달아 찾았지만 빈 자리는 하나도 없었다.
영등포구의 한 쇼핑몰 역시 붐볐다. 한 번에 매장에 들어갈 수 있는 고객 수를 정해둔 1층 명품관 앞에는 줄까지 생겨났다. 회사원 최모(30)씨는 “(이용객 수가)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무려 4개월만에 쇼핑몰을 찾았다는 주부 심모(39)씨는 “신규 확진자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하고, 직접 봐야 살 수 있는 아기 용품도 있어 부득이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중1 전모(13)군은 “마스크를 두 개나 가지고 나왔다”며 “완전무장했으니 괜찮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나 정작 전군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였다.
수십 명이 모여 동호회 활동을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는 한 ‘러닝 크루’ 소속 남녀 20여명이 빙 둘러섰다. 어깨가 닿을 정도로 붙어서 기념촬영까지 했지만 마스크를 쓴 비율은 반도 채 되지 않았다.
느슨해진 분위기는 온라인에서도 감지됐다. SNS에 ‘#사회적거리두기실패’ 해시태그를 검색했더니 1000건 넘는 게시물이 나왔다. 평소 사람이 많았던 식당이나 놀이공원을 방문하곤 “눈치게임 성공”이라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대학생 이모(24)씨는 “얼마 전 공원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고 찍은 친구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야 하나 고민했다”며 “누구는 마스크 사러 가는 길에 집 앞의 꽃을 보는 게 고작인데 놀러가는 것도 모자라 자랑하듯 공유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