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 자국 정부의 새로운 행정기관을 설치해 해당 수역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매달리고, 미국 항공모함도 4척이나 코로나 감염으로 작전을 중단한 틈을 이용해 세력 확장을 노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하이난성 싼사시 산하에 시사(西沙)구와 난사(南沙)구 등 2개의 구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시사구는 우디섬(중국명 융싱다오)을 중심으로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와 맥클스필드 군도(중국명 중사군도)의 섬과 암초 등 해역을 관할하며, 난사구는 피어리 크로스 암초(중국명 융수자오)에 설치돼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주변의 해역을 관할토록 했다.
중국은 2012년 남중국해 주요 섬과 암초를 관할하는 싼사시를 출범시켜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과 갈등을 빚었으며 이번에 싼사시 산하에 구를 추가하며 해당 수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중국 남중국해연구소의 캉린 부원장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과 필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만큼, 이제는 이 지역의 행정적 통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적기”라며 “그동안 거의 매달 남중국해에서 외국 세력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어 중국은 자국 영토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콜린 고 싱가포르 난양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더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군사력을 증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이익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 14일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자국 해안 경비함과 해양탐사선을 진입시켜 양국간 외교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등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가 혼란스런 상황을 이용해 남중국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해양탐사선 ‘하이양 디즈 8호’는 베트남 중남부 빈딘성에서 158㎞가량 떨어진 베트남 EEZ에 자국 해안 경비함을 대동하고 진입했다.
하이양 디즈 8호와 중국의 호위함 2척은 지난해 7월에도 남중국해 베트남의 EEZ와 대륙붕을 침범해 3개월 이상 탐사활동을 벌이다 10월말 철수했다. 베트남은 중국 선박이 자국 영해를 무단침범했다며 강력 항의했다.
지난 2일에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 해상에서 중국 선박이 베트남 어선과 충돌해 베트남 어선이 침몰했고, 베트남 어부 8명이 근처 섬에 억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해상에 있던 다른 베트남 어선 두 척이 구출을 시도했지만, 이 선박들과 선원들도 함께 억류됐다가 같은 날 저녁 풀려났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은 남중국해에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을 주장하고 동남아시아 이웃들에게 손해를 입혀온 행위의 연장선”이라며 “중국은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에도 스프래틀리 제도 내 수비 암초 및 피어리 크로스 암초에 새로운 연구 기지들을 세웠고, 특수 군용기까지 착륙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에는 중국의 항공모함 랴오닝함과 호위함 5척 등이 일본 오키나와와 대만 사이의 미야코 해협을 통과하고, 12일 대만 동부 외해에서 남쪽으로 항행하며 위력을 과시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번 랴오닝함 훈련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만연해 루스벨트함과 레이건함, 니미츠함, 칼빈슨함 등 미국 항모 4척이 기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의미 부여했다.
중국 군사전문가는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랴오닝 항모의 항진은 코로나 사태에 잘 대처한 인민해방군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활발한 전투력을 유지한 인민해방군이 언제 어느 곳이라도 병력을 파견해 주둔할 수 있다”고 치켜세웠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