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늘리려 직원 동원해 고객만족도 조작한 코레일

입력 2020-04-19 16:22 수정 2020-04-19 16:34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들이 지난해 고객만족도 평가를 조직적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코레일 직원 200여명이 고객인척하며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것이다. 정부는 관련자 30명을 문책하고 코레일에 ‘기관경고’를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코레일의 고객만족도 조작 의혹을 감사한 결과 총 208명 직원이 222건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19일 발표했다. 고객만족도 조사는 1년에 한 번씩 공공기관에 대한 대국민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는 조사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조사업체가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 320여개 공공기관(2019년 기준)을 대상으로 소비자에게 전화로 만족도를 묻거나 현장 설문으로 의견을 듣는 식이다.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지표에도 반영돼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에 영향을 미친다. 코레일의 2019년도 고객만족도 조사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해 전국 25개 기차역에서 올해 1월13일부터 2월1일까지 실시된바 있다.

국토부 조사결과 코레일 전국 12개 지역본부 중 8개 본부 소속 직원들은 자체 경영실적 평가를 높게 받고, 성과급을 많이 받기 위해 직원인 점을 속이고 설문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이 참여한 설문조사는 전체 1438건 중 15.4%(222건)에 달한다.

서울본부의 경우 영업처가 직접 설문조사 대응계획을 수립하고 현장에 지원인력을 투입하는 등 조직적으로 개입해 총 136건의 설문에 직원들이 응하게 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설문조사원의 사진을 촬영해 공유하고, 역사 CCTV로 조사원의 동선을 파악해 직원들이 고객인 것처럼 조사원과 마주치도록 했다. 이밖에 수도권서부 등 3개 본부도 직원들이 설문에 참여(71건)토록 영업처 등에서 조직적으로 권유했다. 대전충남 등 4개 본부에서는 출장 또는 근무 중에 개인 의사로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부는 관련자의 책임 정도에 따라 9명을 징계하고, 21명에게는 경고를 내리는 등 문책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설문조작을 주도한 7명과 지시 또는 묵인 의혹이 있는 상급자 9명 등 총 16명은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의뢰키로 했다.

다만 국토부는 코레일 본사 차원에서 설문조사 결과 조작을 지시하거나 개입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결론냈다. 일부에선 서울본부 등 규모가 큰 조직이 대대적으로 조작에 참여했는데도 본사가 해당 사안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본사 직원 PC에 보관된 공식·비공식 자료, 내·외부 메일, 소셜미디어 소통 자료, 직원 면담 등을 조사했지만 본사 임직원이 설문 조사에 개입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또 2018년도 이전 설문조사에서도 조작 정황을 파악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징계를 내리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관련 자료가 이미 폐기됐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2018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A등급을 받은바 있다.

국토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통보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올해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과정에 이번 감사결과를 반영해 코레일 임직원 성과급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후속 조치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코레일은 이미 2018년 경영실적에서 경영개선, 윤리성 등 관련 지표 점수와 등급을 임의로 조정한 사실이 드러나 임직원들이 성과급을 반환해야 했다.

코레일은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관련 직원을 모두 엄중히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