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영화관들이 이색 이벤트와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관객이 끊긴 극장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움직임이다.
최근에는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벤트가 등장했다. 객석률이 1~2%로 낮은 시간대를 골라 상영관 한관을 통째로 빌려주는 ‘통대관 이벤트’가 그것이다. CGV는 지난 16일부터 강변·중계·상봉 3개 지점에서 ‘나 혼자 본다-극장 빌려 혼자 영화보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당초 이달 28일까지 예약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신청 문의가 쏟아져 단 하루 만에 매진됐다. 가격은 2시간에 3만원(2인 기준). 파격적인 가격으로, 통상 200석 규모의 상영관을 통째로 대여하기 위해서는 200만원 안팎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민들은 프러포즈 이벤트 등으로 특별한 추억을 쌓거나, 지인과 도란도란 영화를 보기 위해 대관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극장도 예술영화 상영관인 ‘플러스관’ 리뉴얼을 기념해 통대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SNS 계정에 사연을 올리면 3명을 뽑아 극장을 통째로 빌려준다. 별도 대관료는 없으며 음료수를 제공한다.
대관 이벤트는 극장을 찾는 관객 발길이 끊기고, 신작도 줄면서 쉬게 된 극장을 가동하는 방법이다. 가지각색의 기획전도 영화관들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내세운 카드다. 메가박스는 국내에 많은 팬을 거느린 ‘마블’ 히어로들을 소환했다. 지난 15일부터 역대 외화 흥행작 1위 ‘어벤저스: 엔드게임’을 비롯해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어벤저스’ ‘로건’ ‘데드풀’ 등 6편의 마블 영화를 재개봉하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도 히어로즈 기획전과 슈퍼히어로 기획전을 15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롯데시네마는 ‘다시 꺼내보고 싶은 한국영화 기획전’을 통해 16일부터 독립·예술영화 ‘족구왕’과 ‘힘내세요, 병헌씨’(2013)를 다시 선보이고 있다. 이달 초 ‘벌새’와 ‘메기’ ‘우리집’, ‘윤희에게’에 이어 재개봉하는 영화들이다.
이런 노력도 얼어붙은 극장가에 온기를 불어넣기에는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전날 총 하루 관객은 2만123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16일까지 극장을 찾은 전체 관객은 43만73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20만6252명)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