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동안 매일 확진자···사실상 고립된 경북 예천”

입력 2020-04-19 15:40
경북 예천에서는 지난 9일 40대 여성과 그 가족 등 5명이 확진된 이후 열흘 동안 5차, 6차 감염까지 이어지고 있다. 예천군 방역관계자들이 읍내 중심지에서 방역작업을 벌이고 있다. 예천군 제공

인구 5만5000여명의 경북 북부내륙 예천이 사실상 고립됐다. 벌써 열흘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이어지면서 외부인들의 이동은 물론 사람들의 왕래가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일 예천에선 또 확진자 1명이 나왔다. 지난 9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평화롭던 지역사회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9일 40대 여성과 그 가족 등 5명이 확진된 이후 열흘 동안 5차, 6차 감염까지 이어지고 있다. 관련 확진자는 모두 36명으로 늘었고 접촉자 120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중이다.

가장 답답한 건 방역 당국조차도 이 가족이 어디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경로와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예천군 역학조사 결과, 일가족 가운데 대학생 아들(19)이 발병 전 대구와 경산 등에 갔다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를 첫 전파자로 섣불리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한다. 군은 나중에 확진 판정을 받은 아들 친구들도 대구 등을 다녀와 어디서 누구와 접촉으로 발병했는지 추가 조사할 계획이다.

김학동 예천군수는 “대학생 아들 등 첫 확진 가족을 범죄인처럼 몰아가서는 안 된다”며 “지난 3월 초부터 핸드폰 위치 추적 등을 해보니 18∼19세 그룹 중 몇 명이 대구와 경산을 다녀왔다”고 밝혔다. 또 “서너 명씩 차를 타고 이동했고 돌아온 친구들이 예천에서 같이 자고 밥 먹고 PC방에 다녀 이들 사이에 확산하고 가족으로도 전파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드러난 게 없다”고 덧붙였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주 더 연장되면서 예천군은 오일장으로 열리던 장터까지 폐쇄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따라 다음 예천장날인 23일에도 읍내 장은 서지 않는다. 군은 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예천지역을 벗어나는 버스의 운행을 아예 중단했다. 다음 달 1일부터 개최할 예정이었던 군에서 가장 큰 행사인 ‘세계곤충엑스포’도 전격 취소한데 이어 유치원과 초등학교 긴급 돌봄 서비스도 전면 중지됐다.

예천지역 감염이 확산되면서 인근 경북도청 신도시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자 경북도가 긴급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적극적인 방역 차단에 나섰다.

지난 16일 경북도청 신도시 공무원 임대아파트에서는 확진자 2명이 발생하자 경북도는 17일 안동과 예천, 도청신도시 지역에 대해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PC방, 노래방, 목욕탕 등 고위험 집단시설과 업소에 대해 영업정지를 권고하고 집회·집합금지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불가피하게 영업을 지속하는 경우 반드시 방역 조치를 준수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때는 벌금 또는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행정명령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경찰, 유관기관과 함께 집중 점검반을 운영해 단속하고 구역별로 직원을 배치해 살필 예정이다.

요양병원, 요양원 등 노인층이 집중된 시설은 코호트 격리에 준하는 관리에 들어가고 돌봄교실과 보육·노인 돌보미를 상대로 방역수칙 교육을 철저히 할 계획이다.

도청에서 직원 가운데 확진자가 발생하면 직원 3분의 1을 의무적 재택근무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도는 안동시, 예천군 간 방역 대책을 조정하는 특별합동방역본부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특별합동방역본부에는 보건소를 비롯해 유관 기관·단체가 참여해 행정지원, 환자와 접촉자 관리, 역학조사 등을 통해 상황을 관리하고 안동과 예천 주요 지역에 매일 방역을 할 계획이다.

경북도 보건행정과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도민들은 가급적이면 재택근무를 활성화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고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예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