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딸의 생은 ‘부부의 세계’ 보다 가혹했다, 부모의 호소

입력 2020-04-19 15:20 수정 2020-04-19 16:35
국민청원 홈페이지, 게티이미지뱅크

사위의 외도로 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간통죄 처벌을 호소한 부모의 청원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간통죄 처벌 할수있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지난 16일 등장했다. 부모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지난 1월 20일 제 딸이 꽃다운 32세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글을 올린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사위라며 “(사위가) 6개월 동안 내연관계의 상간녀를 만나면서 잦은 외박과 밀회를 즐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딸이 사망한 날 새벽 6시쯤, 사위가 상간녀와 주고받은 메시지를 확인했다”며 “이혼에 대한 이야기로 그 내용은 차마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내용이었으며 성관계 동영상까지 공유했더라”고 썼다.

이어 “그걸 본 딸의 정신적인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심증만으로 6개월을 시달리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딸은 그날 남동생에게 해당 내용을 전송한 뒤 숨졌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사망한 딸은 다른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남동생에게 스마트폰 메신저로 전달한 남편의 외도 증거가 마지막 유언이 된 셈이다. 가족들은 “해당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를 생각해봤다”며 “딸은 남편의 불륜에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쓴이는 “제 딸은 그만큼 간절했다. 20살 때부터 사위와 키워온 사랑이 전부였고 사회생활을 먼저 시작했다는 이유로 모든 생활비를 댔다. 공부하는 사위를 위해 헌신적인 뒷바라지도 마다하지 않았다”며 “그런 사위는 외도 중 생활비를 끊었고 상간녀에게는 200만원이 넘는 가방을 사줬다”고 썼다.

또 “딸은 사위에게 온갖 눈치와 구박을 받았다. 그러면서도 사위 명의로 된 아파트 부채를 홀로 다달이 갚았고 퇴근 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까지 알아보며 생활했다”며 “착한 딸은 부모님이 속상할까봐 항상 잘 지내고 있다고만 했기에 그 속내를 알지 못했던 게 한스러울 뿐”이라고 호소했다.

딸이 사망한 뒤 사위가 경찰 조사가 끝나자마자 자취를 감췄다는 주장도 했다. 글쓴이는 “사위는 (딸 사망) 다음 날 아침 7시쯤 나타나 빈소를 지키는 듯하다가 나중에는 영정사진 앞에서 웃으며 땅콩을 던져 받아먹더라”며 “자신의 잘못으로 고인이 된 아내 앞에서 절대 할 수 없는 짓을 했다”고 분노했다. “딸의 유품을 챙겨갈 테니 치우지 말라는 부탁에도 사위는 딸의 옷 한장 남기지 않았고 주방용품과 고가의 유품 등 다수가 없어져있었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죽은자는 말이 없다. 그들의 추악한 만행은 법 밖으로 도망갔다”며 “딸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간통죄가 폐지로 보호받지 못해 원통한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억울함을 호소한 부모의 청원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퍼지면서 공분을 일으켰다. 최근 불륜을 소재로 인기리에 방영 중인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와 함께 언급하며 “드라마보다 가혹한 현실” “현실판 부부의 세계” 등의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청원에는 19일 오후 3시 기준 1만9594명이 참여했다.

여기에 고인의 마지막 메시지를 받았던 남동생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올리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남동생은 “(누나에게 받았던 메시지에는) 매형이 ‘말 안 들으면 아내를 때리겠다’고 한 것과 상간녀에게 ‘용돈 아끼지 말고 쓰라’고 한 내용 등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또 “장례 기간 내내 쌀 한 톨 제대로 씹지 못한 우리 가족과는 달리 시댁 식구들은 휴게실에서 삼시 세끼를 잘 챙겨 먹더라”며 “그 집에서는 누나가 잘못해 자기 아들만 불쌍하게 됐다고, 창피하다며 친척들에게 연락조차 하지 않았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