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재심을 제기할 수 있는 기간을 확정판결이 있은 후 재심 사유를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로 제한하는 민사소송법 조항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민변은 이 조항을 이유로 노태우 정권 당시 군(軍) 내 부정선거와 정치개입을 폭로한 군인들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것은 실질적 정의의 실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민변의 군 명예선언 피해자 법률 대리인단은 지난 16일 헌법재판소에 1989년 ‘군 명예선언’에 참가한 장교들의 재심 청구를 각하한 근거가 된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민사소송법 제456조 제1항은 ‘재심의 소는 당사자가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의 사유를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당사자들은 노태우 정권 당시인 1989년 1월 5일 군 내 부정선거와 정치개입을 폭로한 대위 이모씨와 중위 김모씨 2명이다. 당시 이씨 등 5명은 “불명예로 군을 이끌었던 정치군인들에게 반성을 촉구한다”는 등 7개 조항으로 이뤄진 명예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씨 등은 선언 다음 날 구속돼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군은 이들을 이등병으로 강등한 뒤 파면했다. 이씨 등은 파면 취소 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1991년 4월 파면 처분은 적법하다고 확정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은 이후 이씨 등의 발목을 계속 붙잡았다. 민주화운동 관련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는 2004년 이씨 등의 복직을 권고했지만 국방부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거부했다. 2017년 11월 설치된 군 적폐청산위원회는 재차 군에 복직을 권고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듬해 이씨 등을 복직하지 않고 파면처분이 무효라는 통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추가 설명 없이 1989년 6월 30일자로 전역 처리됐다고 통보했다.
이씨 등은 지난해 1월 국방부의 전역처분은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파면 및 전역처분에 따른 국가배상도 청구했다. 국방부는 그러나 다시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이씨 등에 대한 파면은 불법이 아니므로 국가의 배상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씨 등은 국방부 주장을 깨기 위해 과거 판결에 대한 재심을 제기했지만 서울고법에서 각하됐다. 재심 제기기간 30일이 지나갔다는 이유였다.
이씨 등을 대리하는 민변은 “30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두는 것은 결국 명백한 하자가 존재하는 재심대상 판결에 대한 재심 청구를 차단한다”며 “실질적 정의 실현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비인도적이고 굴욕적인 처우와 관련된 사건에서 민사 과정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제인권규범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