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에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국민 65%

입력 2020-04-19 14:43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들이 입원한 병동으로 근무를 들어가기에 앞서 얘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국가 재난 상황’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 중 65.1%가 “코로나19 대응을 보며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비율은 24.3%에 머물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0~24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국 15세~64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목적적 할당표본 추출법으로 실시됐다.

68.8%는 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 사회시스템이 다른 나라 못지않게 안정화됐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응답률은 50대가 77.2%로 가장 높았고, 40대(71.3%), 60대(69.2%), 30대(66.7%), 20대(64.5%)의 순이었다. 응답자 중 “한국 국민이라는 것을 다행스럽게 느꼈다”는 응답 비율도 64%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지침을 준수하는 국민 의식도 높게 평가됐다. 응답자 61.4%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우리 국민성을 긍정적으로 돌아보게 됐다고 답했다.

다만 정부 정책에 신뢰감을 느꼈다는 응답률은 47.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응답자 52%는 우리나라가 외교 문제에 잘 대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우리 국민은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게 대응하고, 잘 극복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GDP가 1조 6295억 달러로 2019년 10월 기준 세계 12위다. 1인당 GDP는 3만1431달러로 높지만 한국 사람들은 객관적 수치에 비해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에 거주 중인 콜린 마셜이라는 미국인 수필가는 이와 관련 최근 미국 뉴요커에 “한국은 미국을 추월했지만 한국인은 자국을 후진국이라 생각한다”고 쓰기도 했다.

그는 관련 기고에서 “한국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모든 선진국 중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줬다”며 “미국을 초월한 선진국이지만 한국 사람들은 자국을 여전히 후진국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학자였던 내 한국인 친구는 이것을 ‘국가 열등감’ 이라고 말했다”며 전했다. 이는 한국이 겪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대형 참사 등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

콜린은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전화에 확진 환자의 정보가 떴다.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드라이브 스루 센터로 상징되는 빠른 검사로 나온 수치는 바이러스 확산 사태 속 안정성을 반영한다”며 “서울은 다른 나라 수도를 유령도시로 만들지도 않았다. 감염 의심 환자들은 정부로부터 손 소독제, 마스크, 신선한 음식, 필수 물품을 공급받아 격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초기대응은 지금 보기에도 칭찬할 일이지만 대중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분노했다. 하지만 나는 미국의 계속되는 봉쇄, 증가하는 확진자, 폭락하는 주가, 사라진 화장지를 보도한 뉴스를 보면서 같은 기분을 느낀다”며 “한국 전역에 퍼진 바이러스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것 때문에 나는 마치 내가 코리안 드림을 사는 것처럼 느낀다”고 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