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은 없다?…“한국인, 일주일 중 금요일에 가장 불행”

입력 2020-04-19 12:44
한 학생이 지난해 11월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가채점 결과를 적고 있다. 서울대 행복연구센터는 이날이 지난해 365일 가운데 행복도를 나타내는 '안녕지수'가 가장 낮은 날이었다고 밝혔다. 뉴시스

한국인에게 가장 행복한 요일은 금요일일 거라고 넘겨짚기 쉽다. ‘불금’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금요일은 일주일간 묵은 스트레스를 푸는 날이자 주말을 앞둔 시점이어서다. 하지만 금요일에 한국인이 느끼는 행복 수준은 일주일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요일 다음으로 한국인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요일은 ‘월요병’에 시달리는 월요일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가 내놓은 ‘대한민국 행복지도 2020’(21세기북스)에 실려 있다. 행복연구센터는 카카오가 만든 플랫폼 ‘카카오 같이가치’와 공동으로 2017년 9월부터 한국인의 행복도를 측정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40만명 넘는 한국인이 조사에 동참했고, 500만건 넘는 데이터가 쌓였다. 조사는 카카오에서 만든 온라인 플랫폼 ‘마음날씨’를 통해 진행됐는데, 이용자들은 틈틈이 이 플랫폼에 접속해 자신의 기분을 ‘안녕지수’(이하 10점 만점)에 입력했다.

지난해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를 보면 금요일 안녕지수는 5.12점으로 일주일 중 가장 낮았다. 금요일에 이어 안녕지수가 낮게 나타난 요일은 월요일(5.15점)이었으며, 가장 행복한 요일은 토요일(5.27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행복연구센터는 “일주일 내내 축적된 스트레스와 피로에 더해, 기대와 달리 금요일을 즐기지 못하면서 갖게 되는 실망감 등이 뒤섞여 금요일은 행복하지 않은 요일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인에게 ‘불금’은 없었고 ‘월요병’만 있었다”며 “반면 토요일은 행복했고 의미가 있는 요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행복지도’라는 제목이 붙은 보고서가 출간된 것은 2018년 안녕지수를 조사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안녕지수 응답의 평균값은 5.20점으로 2018년 안녕지수(5.28점)에 비해 0.08점 낮았다. 해외를 제외한 국내 17개 시‧도 안녕지수를 비교하면, 안녕지수가 높은 곳은 세종(5.43점), 제주(5.33점), 울산(5.23점) 순이었다. 행복도가 가장 떨어지는 지역은 인천(5.12점)과 전북(5.13점)이었다.

책에는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행복했거나 불행했던 날을 각각 조사한 결과도 담겨 있다. 행복했던 날은 토요일이었던 6월 1일이 1위, 목요일이었던 1월 17일이 2위였다. 행복연구센터는 “이 두 날이 왜 행복감이 높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이유는 찾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제일 행복하지 않았던 날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튿날인 11월 15일이었다. 10대 응답자의 안녕지수가 대폭 하락한 결과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