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외교부, 스텔라데이지호 수색자료 모두 공개하라”

입력 2020-04-19 11:42

정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해역을 수색했던 업체와의 계약서·회의록 등을 유족 측에 공개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정부는 수색업체와 ‘정보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보공개 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성용)는 스텔라데이지호 선원인 허모씨의 유족이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취지로 판결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017년 3월 브라질에서 철광석 26만t을 싣고 중국으로 향하던 중 남대서양에서 침몰했다.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됐으나 한국인 8명을 포함해 22명이 실종됐다.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을 수색하면서 사람의 뼈로 보이는 유해 일부와 작업복으로 추정되는 오렌지색 물체를 발견했으나 이를 수습하지 않았다. 이에 허씨 유족들은 심해수색 업체로부터 받은 수색결과 보고서 등 자료 일체, 외교부와 업체 간 계약서와 주고받은 이메일·회의록 등의 정보공개를 외교부에 청구했다.

외교부는 수색결과보고서, 업체가 선체 정밀촬영에 관해 제안서에 언급했던 내용 등을 공개했다. 그러나 업체와의 계약서, 업체와 주고받은 이메일, 대면협상 당시 회의록, 용역대금 지급 내역은 공개하지 않았다. 수색업체와 ‘관련된 모든 문서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다는 이유였다. 외교부는 “이를 공개하면 정부의 대외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고 향후 외국기업과 입찰계약을 추진할 때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는 공개가 원칙”이라며 “만약 비공개 합의만으로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고 하면 공공기관은 정보 공개를 회피할 목적으로 계약 내용에 비공개 합의를 넣어 정보공개법 규정을 유명무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보가 공개되지 않으면 실종자 가족들이 권리 행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사고 대응을 둘러싸고 여러 추측과 오해가 생겨 공권력에 대한 신뢰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