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멍청이들’…해변 재개방에 인파 모이자 미국인들 조롱

입력 2020-04-19 08:46 수정 2020-04-19 11:46
플로리다주 일부 해안, 17일 다시 열어
오래 못 머물도록 ‘의자 금지’ 등 제한 조치
‘사회적 거리두기’ 안 지키고 마스크도 안 써
미국 SNS서 ‘플로리다 멍청이들’ 확산
“당신의 장례식장서 건강하게 보일 것” 비꼬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도 불구하고 재개방된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한 해변에서 17일(현지시간) 마스크도 안 쓴 많은 사람들이 해변가를 걷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플로리다주 일부 지역의 해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으로 재개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다시 문을 연 해변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자 미국인들 사이에는 ‘플로리다 멍청이들(#FloridaMorons)’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확산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해변에 산책을 나온 많은 사람들이 미국 정부가 당부한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인 6피트(1.8미터)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미국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일광욕을 조금 즐겼으니 당신의 장례식장에서 당신은 건강하게 보이겠다”는 글을 올리며 해변에 몰려나온 사람들을 비난했다.

공화당 소속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17일 코로나19로 폐쇄됐던 해변의 재개방 여부에 대한 결정 권한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 주민들이 건강을 위해 야외에서 운동하기 위해선 해변 재개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주의 해변에서 누군가가 조깅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우리가 주민들이 야외에서 운동하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WP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해변 재개방 권한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넘긴다고 발표했던 17일에 플로리주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하루 최다 사망자인 58명이 숨졌다고 비판했다.

듀발과 세인트존스 카운티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발표 직후 즉각 해변을 다시 개방했다. 플로리다주의 다른 지자체는 재개방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듀발 카운티의 해변들에 대한 재개방을 결정한 레니 커리 잭슨빌 시장도 공화당 소속이다.

커리 시장은 그러나 수건과 의자를 가지고 오지 못하게 하는 등 일부 제한조치를 취했다. 주민들이 해변에서 장시간 있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다. 커리 시장은 또 해변 개방시간도 오전 6시∼11시, 오후 5시∼8시까지로 제한했다. 5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이는 것도 금지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따를 것을 지시했다.

다만 커리 시장은 산책과 도보, 낚시, 달리기, 수영, 애완동물 돌보기, 서핑 등은 허용했다.

커리 시장은 “해변 재개방은 정상생활로 돌아가기 위한 경로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면서 “자신과 이웃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제한 조치들을 제발 따라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플로리다주 지역지 템파베이 타임스는 “해변에 나온 사람들이 1.8미터 떨어지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 상에서는 ‘플로리다 멍청이들’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해변으로 몰려나온 플로리다 주민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폭주했다.

다른 미국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플로리다 멍청이들이 그들 자신을 의학 연구의 대상으로 자원하는 것은 매우 용감한 행동”이라고 비꼬았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경제활동 정상화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플로리다주는 4월 30일까지 외출금지가 내려진 상태다. 티샌티스 주지사는 플로리다주 해변 전역에 대한 폐쇄 결정을 내리지 않고 특정 해변들에 대해서만 폐쇄 결정을 내렸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