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적 거리두기’ 그러나 ‘영적거리 좁히기’

입력 2020-04-18 10:37 수정 2020-04-18 17:13

노재왕 목사
미국 일리노이 주 샴페인어바나 한인교회 교육담당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어보기 어려웠던 단어들을 자주 듣게 된다.

‘자택 대피 명령’(Shelter in Place) ‘집이 안전하다’(Safer at Home),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라는 단어이다.

필자도 교회에 잠시 오가는 것 외에는 교회 공동체에 속한 지체를 만날 일이 생기더라도 이 역병이 끝나고 보자고 미루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만나야 한다면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으로 무장하고, 미국 정부에서 일러준 대로, 6 피트(feet) 룰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지난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일리노이 주에서 제작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 영상을 보았다.

이 영상이 흥미로운 것은 시카고 쉐드 수족관을 배경으로 '웰링턴'이라 불리우는 펭귄과 다른 동물들을 등장시켜서 재미있는 캠페인 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또 이 영상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가 내레이션을 담당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펭귄들이 아장아장 걸어다니고, 환상적인 열대어가 군집을 이뤄 수족관 속을 이동하자, 프리츠커 주지사가 6피트를 강조한다.

이어 수달이 배영으로 수영하는 장면을 통해 얼굴을 만지지 말고, 자주 세수를 하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해저에 굴을 파고 머리만 굴 밖으로 내밀고 있는 습성이 있는 정원 장어가 나오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 장면과 함께 ‘안에 머물러라, 생명을 구한다’(Stay inside, save lives)라는 자막이 흘러 나온다.

일리노이의 경우, 자택 격리령이 발동된 지도 근 한 달이 됐다.

이같이 육체의 건강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집중하다 보니, 무언가 허전한 감이 있지 않은가.

맞다. 마음껏 찬양하며 예배드리지 못했고, 성도와의 정서적 교감을 나누던 친교가 사라진 것이다.

필자는 청년을 직접 심방하고 케어하지 못하기에, 큐티 영상을 찍어 유튜브로 공유하며 줌(Zoom) 어플을 사용해 청년부 성경공부 조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가끔 사회적 거리두기로 하나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청년의 뼈아픈 고백을 듣게 된다.

이런 고백은 단순히 한 영혼 안에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져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게 한다.

다시 말하면, 그 귀한 영혼이 사람과 세상의 염려로만 채워져 가는 문제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염려 이면에 감춰진 하나님의 자녀로서 우리 내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망을 본다.

즉 영적 거리 좁히기(Spiritual Nearing)에 대한 소원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의 고질적인 만성질환이 있었는데 원망과 불평이었다.

출애굽기 15장에 보면 홍해에서 쫓기던 이스라엘 자손이 극적으로 살아나고, 뒤쫓아 온 애굽 군대가 홍해바다 속에 수장이 되는 놀라운 기적을 보고서도 수르광야에서 3일 동안 물을 못 마셨다고(물이 써서 마라라고 함) 모세를 향해 원망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어 16장에는 신 광야에 이르러 먹을 것이 없어 원망할 때에 하늘로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내리셔서 그들을 먹이셨다. 홍해 앞에서, 마라에서, 신 광야에서, 매사에 원망과 불평이었다.

신광야에서 온 백성이 우리를 굶겨 죽이려 하느냐고 모세와 아론에게 원망할 때, 하나님은 그의 영광을 보여주시며, 가까이 나아오라고 말씀하신다.

“모세가 또 아론에게 이르되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기를 여호와께 가까이 나아오라 여호와께서 너희의 원망함을 들으셨느니라 하라 아론이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에게 말하매 그들이 광야를 바라보니 여호와의 영광이 구름 속에 나타나더라”(출애굽기 16장 9~10절)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삶 가까이 오게 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광야 같은 이 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럴 때일수록 불평과 원망으로 지세우지 말고, 하나님의 음성을 향해 더 가까이 나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영적거리 좁히기, 지금부터 시작해 봄이 어떨지?

“하나님을 가까이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가까이하시리라 죄인들아 손을 깨끗이 하라 두 마음을 품은 자들아 마음을 성결하게 하라”(야고보서 4장 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