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외면한 ‘천산갑’ 보호, 코로나19 재앙으로 돌아왔다”

입력 2020-04-17 18:53
9일 뉴욕 브롱스의 하트섬의 한 시체매립지에서 방호 장비를 착용한 노동자들이 시신을 매장하고 있다. 【AP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확산한 데는 코로나19의 중간 숙주로 지목되는 천산갑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미국 정부의 책임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인 야생동물 보호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아 코로나19 재앙으로 되돌아 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산갑은 고기와 비늘이 일부 국가에서 고급 식자재나 전통 약재로 쓰이며 세계적으로 대규모 밀거래가 벌어지고 있다. 천산갑은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를 보균해 박쥐 등과 함께 잠재적 중간 숙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야생동물 보호단체들은 정부에 멸종위기종보호법(ESA)을 적용해 천산갑을 법적으로 보호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그 전의 오바마 행정부 모두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매체는 현재 미국 내 천산갑이 서식하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가 보호 조처에 나섰다면 천산갑의 불법 거래를 단속할 수 있었고 국제 사회에 이 종을 보호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내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8월 밀수됐다 태국 세관에 적발된 천산갑. 학계에서는 천산갑을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숙주일 가능성을 여러 차례 제기했다. AP 뉴시스

그러면서 코로나19 같이 동물을 매개체로 인간에 전파되는 유행병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이 야생동물 거래 등을 통해 새로운 병원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건강한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 보호단체 에코헬스연맹의 조나단 엡스타인 부회장은 “인간이 야생동물과의 접촉을 늘리는 생태계 교란이 시작하면 병원균이 동물에서 인간이나 가축으로 옮겨갈 기회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한명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