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숨진 미국 뉴욕의 의사가 딸과 나눈 마지막 메시지를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공개했다. 이 의사는 생전 병원 측의 지침 때문에 보호 장비도 없이 일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인도 출신 이민자인 매드비 아야(61)는 지난달 19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열흘 만에 사망했다. 인도에서 내과의로 일했던 그는 1994년 미국으로 온 뒤 뉴욕 브루클린 우드헐 병원의 보조 의사로 12년간 근무했다.
아야의 감염 경위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NYT는 아야가 매일 응급실 환자를 상대하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우드헐 병원은 지난달 중순까지 의료 장비가 부족하다며 일반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진의 경우 보호 장비를 착용할 수 없게 했다.
병원은 이후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도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변경했지만, 당시 아야는 이미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이고 있었다. 결국 아야는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아야는 가족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힘겨운 투병 생활을 견뎠다. 그가 남긴 메시지에는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끔찍한 가슴 통증이 찾아온다’며 고통을 호소한 내용도 있었다. NYT는 아야의 병세가 악화하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횟수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아야가 숨지기 사흘 전 딸 미놀리는 “안녕 엄마. 난 아직 엄마를 위해 기도 중이고 포기하지 않았어”라며 “엄마가 집에 오면 좋겠다. 사랑해 엄마”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아야는 “곧 집에 갈게. 사랑해”라고 답장했다. 그러나 이게 아야의 마지막 문자였다.
미놀리는 아야가 사망한 후에도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엄마가 그리워” “어젯밤 꿈속에 나와줘서 고마워”라는 내용이었다. 15일 로이터통신이 트위터, 유튜브 등에 공개한 영상에서 미놀리는 “엄마가 사망한 뒤 이틀동안 계속 문자를 보냈다. 엄마가 숨진 것을 믿을 수 없었고, 믿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가 보호 장비도 없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